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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애라 야단도 못친다?(아이를 키우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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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애라 야단도 못친다?(아이를 키우며:5)

입력
1997.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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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바로 앞에는 커다란 놀이터가 있다. 어느 날 문득 바라보니 딸애와 친구들은 정글짐 맨 아래칸에 걸터 앉아 고개를 맞대고 무슨 비밀스런 이야기인지 소근소근 하고 있었다. 걷기 시작하여 거의 10여년을 보내는 놀이터, 놀이터는 아이들이 최초로 놀이기구를 공유하며 순서와 기다림과 양보 등 더불어 사는 법을 익히는 장소다. 애들은 애들끼리 놀라고 말들 하지만 애들끼리 놀아야 할때와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때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살때 아들애는 부모가 보조역할을 하는 협동 유아원에 1주일에 한 번 다녔다. 그때 2살이었던 아이는 잠이 오면 내 귀를 잡아 다니는 버릇이 있었는데 어느 날 잠이 왔는지 선생님이 옆의 아이에게 이름을 묻자 그 아이의 귀를 잡아다니며 제 이름을 말했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아들애의 손을 치웠다. 하지만 평소 다정하던 선생님은 단호했다. 그 날 아들애는 대답을 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또 하루는 놀이터에서 정사각형의 모래 상자에 들어가 노는데 어떤 애가 자꾸 아들애 머리에 모래를 솔솔 뿌렸다. 남의 애라 야단도 제대로 못치고 우리 아이만 자꾸 돌려앉히는데 그 광경을 본 한 엄마가 단호하게 그 아이를 꾸짖었다. 『하지 마. 한 번 더 하면 모래 박스에서 못놀아』 그 아이가 되풀이하자 그 엄마는 남의 아이지만 모래박스 바깥으로 내쫓았다. 이제 겨우 두 살 난 아이인데 지나치다 싶었지만 그것이 바로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는 미국사회를 제대로 굴러가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살며 깨달았다.한국에 돌아와서도 딸애와 같이 놀이터에 가보았다. 애들 싸움에 엄마들이 불자동차처럼 달려와 남의 애를 혼내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그러나 아이들이 벤치 위를 뛰어다니거나 미끄럼틀에서 내려오는 친구가 있는데 아래에서 기어올라가도, 흙을 뿌려도 엄마들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더구나 놀이터 곳곳에 종이조각이나 유리병 조각이 있어도 태평으로 앉아서 제 애만 조심하라고 타일렀다. 어느 날 놀이터에서 종이를 찢어 태우며 노는 아이들을 모두 잡아 혼낸 뒤 유리조각을 함께 주웠다. 그랬더니 헤어질 때쯤 한 애가 갑자기 억울한 듯 내게 물었다. 『그런데 아줌마는 누구에요?』 글쎄, 내 애 남의 애 차별않고 꾸지람하는 아줌마.<옥명희 소화출판사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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