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연세대이어 서울대도 9월초 계획대학가에도 용들이 뜬다. 이미 대선레이스가 시작되면서 교수, 학생회, 학생언론단체 등이 예비후보들을 캠퍼스로 잇따라 불러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의 정치오염」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대학인들의 정치인 검증」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대선후보들을 불러들인 학교는 한양대.
새학기 들어 「21세기 세계와 한국-국가의 비전을 듣는다」라는 교양강좌에 여야 대선후보 8명을 초청했다. 지난 3월11일 이회창 신한국당대표를 필두로 박찬종·이한동 신한국당상임고문, 김덕룡 신한국당의원, 정대철 국민회의부총재, 김종필 자민련 총재, 박철언 자민련부총재를 거쳐 지난달 27일 김대중 국민회의총재가 대미를 장식했다. 당초 최형우 신한국당고문도 초청에 흔쾌히 응했으나 뜻밖의 뇌졸중으로 입원하는 바람에 불참했다.
매주 화요일 상오 10시부터 2시간동안 열린 이 강좌는 먼저 초청강사가 21세기 한국의 비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힌뒤 학생 패널리스트 5명이 질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전선거운동이 될 것을 우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진 이 강좌를 위해 이들 정치인들은 1주일전에 행정대학원 공성진 교수에 교안을 만들어 제출하는 등 대단한 열성을 보였다. 학생들의 호응도 커서 수강율이 90%를 넘어섰고 서울대 연세대 등에서 청강온 학생도 매번 100명이상이었다.
음대 국악과 1년 김모(20)양은 『뜬 구름잡는 정치이론 보다 살아있는 정치가들로부터 생생한 이야기를 듣게돼 현실정치를 이해하는데 보탬이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15일 박찬종 신한국당 고문, 19일 백기완씨, 20일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를 차례로 초청해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는 통일 경제 안보문제 등 정책전반에 대한 예비후보들의 비전제시와 학생들의 질문으로 진행됐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장래에 대한 정치인들의 고견을 듣기 위해 대표적인 정치인을 고르다보니 대선주자들이 초청됐다』며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 자민련 김종필 총재, 이수성 이홍구 이한동 신한국당 고문 등과의 자리도 차차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교지 「관악」과 학내 시사종합월간지 「우리세대」 등 2개 학생언론단체도 2학기초 서울대 문화관에서 각당 대선후보를 초청, 「여야 대통령 후보 초청 학생 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이 토론회는 대선후보가 15분동안 인사말을 한뒤 공개모집한 5명의 서울대생 패널리스트와 방청객들의 질문에 10분이내로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주최측은 『언론사 등 여러 단체에서 대선 예비후보 초청 토론회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청년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물어보지 않아 직접 점검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 토론회는 이달 9일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학교측이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모두 결정된 뒤 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 9월초로 순연됐다. 학교당국은 필요할 경우 재정적 지원 등을 할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주최의 토론회가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회의론도 있으나 교육적인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 후원키로 했다』고 말했다.<윤순환 기자>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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