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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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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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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는 세계적 휴양지이다. 이 곳을 찾는 한국인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관광객이 많자 피지의 한 호텔은 이 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인을 채용, 고객을 관리하도록 했다. ◆그 한국인 직원에게는 스트레스가 많다. 잦은 예약부도 때문이다. 지난 주에도 20여명의 여행단이 투숙 하루 전에 예약취소를 알려온 일이 두 번 있었다. 그나마 변동이 심해 수차례 팩시밀리가 오간 뒤였다. 그는 상사인 인도인으로부터 『너희 한국인들은 왜 그 모양이냐』는 말을 또 들었다. ◆1인당 소득이 2천달러 남짓한 피지에서 인구의 46%인 인도인들은 대부분 하부계층에 속해 있다. 그런 인도인에게 당하는 모욕은 더욱 뼈아프다. 한국에 관한 뉴스도 나라를 홍보하기는커녕 변명하기 바쁘게 한다. 옆자리의 일본인 직원이 신명나게 일하는 것을 그는 늘 부러워하고 있다. ◆예약부도는 여행문화의 후진성을 알려주는 현상이다.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여행자들과 덤핑경쟁에 이골이 난 여행사들은 곳곳에서 나라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물건 하나 팔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구매행동에 국가 이미지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는 생각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관광적자에 신경을 쓸뿐 해외여행자들을 통한 국가홍보에 관심이 적다. 보신·퇴폐관광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데도 민간외교관인 해외여행자들을 달러 소비자로만 여기고 있다. 여행예절에 대한 구체적 계몽과 나라망신을 시키는 여행사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곧 휴가철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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