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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전쟁 갈수록 확전/공급초과 정유사들 잇단 값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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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전쟁 갈수록 확전/공급초과 정유사들 잇단 값내리기

입력
1997.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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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까지 노마진 불사,폐업 속출/출혈경쟁 장기화땐 공멸초래 우려정유업계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1원이라도 더 낮게 팔아 시장점유율을 높여보겠다는 정유업체간 경쟁은 이제 주유소업계로 번져 「휘발유의 가격파괴」현상이 가열되고 있다.

3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3월 쌍용정유가 휘발유가격을 다른 정유업체들보다 1리터당 11원 더 싸게 팔기 시작한 이후 4월에는 한화에너지가 쌍용보다 1원 낮게, 현대정유는 쌍용선으로, 5월 LG정유가 쌍용 현대보다 3원 싸게 파는 등 정유업체의 휘발유값 인하경쟁이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쌍용정유는 한걸음 더 나아가 원유가 인상분을 모두 벙커C유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6월분 인상분중 절반만 올려 2차 경쟁에 불을 붙였고 최대 정유사 유공도 곧 휘발유값을 인하할 계획이어서 정유업체의 경쟁은 끝을 모르고 내닫는 중이다.

이같은 치고받기식 가격인하경쟁은 주유소까지 번지고 있다. 정유사간 공급가격 차이에 따라 개별 주유소 판매량에 변화가 생기자 일부 주유소가 마진을 줄여 가격을 추가 인하하고 있다. 인근 지역 주유소간 가격경쟁이 가열되면서 심한 경우 매입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주유소까지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유업계의 경쟁은 수급불균형이 가장 큰 이유다. 국내 총수요는 하루 170만배럴이지만 공급능력은 270만배럴에 달하는 것. 이를 수출로 돌릴 수 있으면 문제가 없으나 수출도 제대로 되지 않아 생산원가라도 건지려면 출혈경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유소 거리제한 폐지와 함께 주유소가 급증하고 경기침체로 판매량이 줄어들어 외상매입대금이나 이자부담 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휘발유가격을 1ℓ당 10원 인하하면 정유사 전체로 1,200억원의 이익감소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다른 유종으로 확대할 경우 이익감소액은 6,000억원에 달한다는 것. 지난해 국내 5대 정유사의 이익이 1,500억원에 불과했던 점으로 미루어 이같은 규모의 이익감소는 정유사 경영수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게 뻔하다. 결국 정유업계가 불을 지고 휘발유에 뛰어드는 꼴이다.

주유소도 마찬가지다. 정상가격으로 판매하는 중에도 지난해 700여개의 주유소가 문을 닫았는데 이처럼 주유소간 가격인하경쟁을 지속할 경우 폐업주유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정유업계의 출혈경쟁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지만 「몰락을 자초하는 경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입장에서는 일단 가격이 내려 이득이지만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으로 경쟁력을 잃은 뒤 외국 기업이 들어와 시장을 장악할 경우 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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