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와 삼미가 무너져 내렸고 진로와 대농이 벼랑 끝에 서 있다. 30대 그룹안에 속하는 굴지의 재벌들이 또다시 부도설의 풍랑을 타고 있는 가운데, 경제관료의 수뇌부는 대기업의 부도를 부채질하는 악성루머의 진원을 차단하겠다며 소매를 걷어부쳤다.기본적인 물음을 던져보자. 우리의 대기업들은 왜 부도의 공포에 휘말려 있나.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차입금 의존도가 너무 높은 과도한 차금경영을 하면서 빚낸 돈을 너무 많은 사업에, 그리고 잘못된 사업에 투자하였기 때문이다. 빚더미위의 문어발식 경영이란 「재벌놀이」가 한국 대기업의 부도 원인이다.
건전한 기업들에게서도 사업자금의 과반이상을 차입금에 의존하는 경영방식을 볼 수 있다. 기업이 차입금에 의존하는 경영을 「지렛대 경영」이라고 부른다. 지렛목에서 지렛대의 손잡는 곳까지의 길이가 차입금에 해당한다. 그러면 어떤 지렛대경영이 부도를 내나. 혹은 어떠할 때 지렛대는 부러지나. 답은 간단하다. 지렛대가 들어올려야 할 짐이 너무 무겁고, 지렛목에서 손잡는 곳까지의 길이가 너무 길때 지렛대는 부러진다. 물론 지렛대가 약할 때도 부러진다. 즉 ①지렛대의 강도 ②지렛대가 들어올릴 짐의 무게 ③지렛목에서 손잡는 부분까지의 길이와 이 3요소의 결합작용이 지렛대의 부러짐을 결정한다.
지렛대경영을 하는 한국재벌들의 부채비율은 얼마나 되나. 96년말 기준으로 본 30대 재별그룹의 평균부채비율은 약 450%로, 자기자본 비율이 18%대에 불과하다. 지렛목에서 손잡이까지의 길이가 짐에서 지렛목까지의 길이보다 무려 4.5배나 길다. 이러한 지렛대 경영은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경제력집중이란 원근법에서 볼때 한국경제는 어디로 가야하나.
첫째 재벌그룹들이 핵심역량을 집중적으로 강화하여 경영체의 조직역량을 전업화 방향으로 가져가야 한다. 백화점식 경영을 대폭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만일 외국의 경영전문가들이 한국의 재벌들이 밥장사에 구멍가게(편의점) 여관(호텔)까지 하고 있는 안다면 아연실색하리라. 당분간 한국재벌들의 제1의 화두는 「집중」과 「선택」이어야 한다.
둘째 한국의 재벌들은 부채비율을 줄일 수 있는 모든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의 재벌들은 끝까지 쥐고 있다가 벼랑 끝에서 내어놓은 마지막 카드가 부동산이다. 부동산을 세일하든지, 잡화상경영을 포기하든지 하여 부채비율을 줄일 수 있는 한 줄여야 한다.
셋째 자유시장경제의 도태기능이 최대한으로 작동하도록 정책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사람의 몸이나 자연에 자정기능이 있듯이 시장경제도 자정기능을 갖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자유시장경제의 도태기능이다. 열등한 저효율 기업은 파산시켜 도태해야 한다. 경기 순환론자의 표현을 빌리면 파산이야말로 자유시장경제의 오물을 깨끗이 청소해 주는 소나기이다.
요컨대 한국경제가 살아남아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집중」과 「선택」, 「포기」와 「파산」을 뼈아프게 겪어내어야 한다. 모래성에서 벌이는 지렛대 경영의 재벌놀이는 종식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종식시키는 힘은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시장안에 있다. 자유시장에 맡겨라. 물론 공정거래법이라는 경제의 헌법만은 그대로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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