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장·문패·탁자 등 설계서 제작까지 척척/“버려진 물건들에서 미의 숨결 느껴요”김순영(28·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삼성아파트)씨는 지난해 결혼한 새댁. 숭의여전 도서관학과를 91년에 졸업했으면서 뒤늦게 미술에 재미를 붙인 김에 내쳐 95년 세종대 회화과에 입학한 학생주부이기도 하다. 김씨 집에 들어서면 현관 왼쪽에 나무판을 그슬려 만든 문패가 눈에 띈다. 얇은 나무판 왼쪽이 조금 부러진 것이 독특한 멋을 더한다. 이 문패는 김씨가 길에서 주운 나무판으로 만든 것. 원래는 조금만 부러져있던 것을 『아예 왕창 부러뜨려 멋을 냈다』고 한다. 그슬리는 효과를 내느라 라이터 4개가 닳았다.
거실로 들어서면 눈에 띄는 텔리비젼 장식장. 검붉은 벽돌을 세단으로 쌓아 역시 김씨가 직접 만들었다. 사이에 하얀 「우드록」을 깔아 선명한 대비가 깔끔하다. 이 벽돌은 친구가 이사가면서 난초받침대로 쓰던 것을 뜯어서 준 것. 합판처럼 딱딱한 종이인 우드록은 1장에 1,500원 하는 것을 문방구에서 두장 사서 1장 반을 썼다. 거실 소파 옆에 있는 조그만 탁자는 친정에서 버린 나무 잡지꽂이에 합판을 놓고 예쁜 천을 덮어 만들었다. 그 합판조차 학교 실기실에 굴러다니는 것을 줏어온 것이어서 재료 값이 전혀 들지 않았다.
『길에 버려져있는 물건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만들 것이 생각난다』는 김씨는 그래서 기꺼이 쓰레기를 줏어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의 가장 큰 보물창고는 미대 실기실. 버려진 원통 나무판을 줏어서는 화분을 만들었다. 지점토 찌꺼기로는 냉장고 자석판을 만들었다. 결혼하면서 책장도 직접 설계해 압축합판(Medium Density Fiber) 전문 목공소에 가서 맞췄다.
이렇게 만든 작품들은 인기도 많다. 문패를 탐내는 친구들이 많아 3개나 만들어 선물해야 했다. 나무판은 여기저기서 줍다보니 물론 모양은 다 다르다. 친정에는 면실노끈으로 망태를 만들어줬다. 다용도실에서 각종 물건을 넣는 주머니로, 친정 여동생 방에는 헤어 드라이어 같은 생활용품을 담는 것으로 쓰인다. 김씨는 『직접 만들면 자기만의 독특한 것을 가질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흔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비싼 돈주고 사는 것이 참 이상하다』고 말한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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