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또 한번 대국민사과 담화를 했다. 거듭되는 사과는 대통령 자신도 못할 일이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더욱 착잡하다.이제 국민들은 더이상 분노하고 비난할 기력조차 상실한 것 같다. 불행한 대통령을 가진 국민은 불행하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재임중 친자식을 감방에 보낸 김영삼 대통령까지 그 불행에서 비켜서지 못했다. 그탓에 국민은 반세기동안 「대통령 제」 불행의 세월을 살아오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풍수론자들은 청와대의 터가 세서 그렇다고 한다. 청와대를 옮겨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자는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터가 세더라도 지세를 이길만한 사람이면 오히려 그 센 기운이 이롭다. 범부는 감히 그 사나운 기세 때문에 접근도 못하던 적토마가 출중한 무장인 관운장에게는 더없이 좋은 명마였다. 그는 적토마를 타고 질풍처럼 원소의 하북군 진영을 헤집고 들어가 안량과 문추를 베었다.
우리의 대통령들이 불행했던 것은 청와대 지세탓이 아니라 대통령직 자체의 기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달리는 호랑이요, 적토마다. 그를 다룰 능력이 없는 사람이 그 등에 올라타면 필시 불행해진다. 여기서 문제는 그 자신만이 아니라 국민도 함께 불행에 빠뜨린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적토마를 다룰 능력이 없는 자가 적토마의 주인이 되려는 것은 최대의 대국민 죄악이다. 더욱이 대통령 1인에 권한이 집중돼 있는 「제왕적」대통령제하에서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 여야에서 많은 주자들이 적토마의 주인이 되겠다고 다투고 있다. 그중에서 적토마를 다룰 능력이 있는 인사는 누구인가. 진실로 능력이 있는 인사가 적토마의 주인이 되어 경제난이라든가 남북 문제 등 우리앞에 버티고 있는 수많은 「안량」과 「문추」를 한칼에 베어버리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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