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보다 놀라움 “대선자금을 개혁 호도”/“국민감정 외면·중대결심 할 사람은 국민”▷국민회의◁
국민회의는 30일 당사 6층 회의실에서 TV를 통해 김영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를 지켜 보면서 지도위원 회의를 진행했다. 국민회의 지도부가 담화내용에 대해 갖는 기대치는 처음부터 낮았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사과 발언없이 「중대결심」 운운하면서 여야 공동책임론을 주장하는 태도는 정말 예상밖이라는 표정이었다.
당중진들의 반응도 김대통령에 대한 비난이라기 보다는 놀라움에 가까웠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김대중 총재), 『기가 막힌다』(한광옥 부총재), 『너무 무책임하다』(이종찬 부총재) 등의 말들이 회의장에서 계속 오갔다.
회의를 통해 정리된 당론은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4·19전야를 방불케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회의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어 『이승만 대통령이 3·15부정선거 이후 선거를 다시 치르겠다고 우회하려다 하야로 내몰린 상황이 연상된다』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4·13호헌조치와 비유되는 졸렬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국민회의는 이날 담화를 계기로 김대통령의 향후 거취문제에 대해 사실상 처음으로 진지한 검토에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이부총재는 『사과를 기대했는데, 제목부터 대선자금은 간데 없고 정치개혁이라고 호도했다』면서 『시국의 심각성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 지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채영석 의원 등은 『8월말 9월초까지 김대통령을 퇴진시켜야 한다』면서 『권영해 안기부장, 강운태 내무장관, 박일룡 안기부 1차장 등을 그대로 두고 치르는 선거는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강경론을 개진했다.
국민회의는 이와함께 『김대통령의 국정수행이 국가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말하는 등 대통령의 하야 문제를 당차원에서 언급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같은 결론이 야당이 앞장서서 정권퇴진운동에 나서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게 국민회의측 설명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하야 요구 직전까지 수많은 투쟁 단계가 있다』면서 『다수 여론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결국 국민회의는 김대통령에 대해 압박 수위는 높이되 장외투쟁 등 극한 수단을 택하는 데는 시간을 두고 조절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는 우선 김대통령이 대선에 개입할 수 없도록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단계별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대통령 자신이 정권 재창출 의도를 버리지 않는 한 강제로라도 결심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는 앞으로의 대여투쟁 방식을 『원칙은 확고하게, 방법은 유연하게』라는 우보전략으로 정리했다. 대혼란이 올 경우 야당이 공동책임을 지는 사태는 피해야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셈이다.<유승우 기자>유승우>
▷자민련◁
자민련은 30일 김영삼 대통령의 담화가 고압적이고도 국민감정을 외면한 「후안무치」한 발언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민련은 31일 상오 8시 임시 확대간부회의를 소집, 당 공식입장을 정리한뒤 주말과 주초 국민회의와 공조투쟁의 방향과 강도를 논의키로 했다.
김종필 총재는 이날 상오 10시20분께 지방행사를 위해 비행기편으로 경남 사천에 도착한 직후 담화내용을 보고 받았다. 김총재는 이자리에서 이날 하오로 예정됐던 강인섭 청와대정무수석의 면담을 취소토록 지시했다.
이에따라 김용환 총장은 상오 11시30분께 강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김대통령이 보다 솔직한 얘기를 할 것으로 믿었으나 상황인식을 너무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강수석의 당사방문을 거절했다. 강수석은 이 통화에서 『더이상 여야정쟁이 계속돼선 안된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김총장은 『이 문제를 정쟁차원으로 봐선 안되며 그 정도 얘기론 국민감정이나 국가위기상황이 수습될 수 없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특히 김총재를 지지하는 젊은 전문가들 모임인 「JP(Junior Pioneer)그룹」은 이날 『당차원에서 정권퇴진운동을 강력히 전개해 나아갈 것』을 김총재에게 건의키로 결의, 이를 김총장에게 전달했다. JP그룹은 건의서에서 『김영삼정권은 도덕성과 신뢰성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올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중대한 시기에 단 하루라도 빨리 현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는게 국민의 절대적 여론』이라며 초강경 자세를 보였다.
이에앞서 이규양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김대통령이 대선자금 공개요구를 정쟁으로 매도하면서 중대결심 운운하는 것은 국민과 야당에 대한 협박이며 중대한 도전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중대한 결심을 해야할 사람은 김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며 『우리당은 국민여망을 받들어 대선자금 실체규명을 위한 강력한 대여투쟁을 전개해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양섭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김대통령 담화는 민심을 수습하는게 아니라 악화시키고, 정국을 정상화하기보다 파행으로 몰아가는 것』이라며 『우리당은 향후 정권퇴진투쟁의 전개여부를 심각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별도로 모인 자민련 대구·경북(TK)출신의원들중 일부는 김대통령의 「중대결심」에 대해 『내각제개헌을 하는 것 이외에는 중대결심으로 느껴질 만한게 없다』고 이색적인 해석을 하기도 했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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