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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회복과 김 대통령의 책임/담화이후 정치혁신 주시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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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회복과 김 대통령의 책임/담화이후 정치혁신 주시한다(사설)

입력
1997.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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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숨을 죽인채 고대했던 김영삼 대통령의 담화가 나왔다. 대선자금문제에 관해 밝힌다 못 밝힌다며 우여곡절끝에 대통령이 드디어 말문을 열어 포괄적으로나마 국민앞에 책임을 표명하고 사과했다. 이 담화가 나라 전체가 한보사태와 대선자금 문제로 비롯된 국난의 수렁에서 드디어 벗어날 전기구실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이날 담화는 그 표제가 시사해 주듯 기대와 미흡함이 교차하는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초 92대선 자금에 관한 속시원한 해명성 담화로 기대를 걸었던 국민적 입장에서 보면 대선자금 해명보다는 정치개혁에 치중된 담화내용과 책임의 정치권 공유주장 등에 미흡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선 대통령의 92대선 자금에 관한 언급중에서 당시 막대한 비용을 사용한게 잘못된 일임을 인정했다. 다만 기왕 해명을 하고 이해와 용서를 구할 바에야 대선자금의 일부 파악 가능한 규모나 잔금유무, 한보자금 수수여부 등 국민이 궁금해 한 부분에 관해 개략적으로라도 밝혔어야 하는데 언급이 없는 것을 국민들은 유감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미흡함은 김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의 과제라고 강조한 정치개혁과 선거풍토 혁신 및 국정회복을 도모하면서 가장 협조를 구해야 할 국민들을 정서적으로 설득하는데 문제를 남길 여지가 없지 않다. 또한 담화후 오히려 투쟁 강도를 높여 가기 시작한 야권과의 공조나 정치력 회복노력에 걸림돌로 작용할까 걱정스럽다. 국난극복을 위해 기대됐던 담화가 또 다른 정쟁의 빌미가 되어서는 큰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담화 이후의 정치력 복원과 발휘가 중요하다.

이번 담화중에서 그 내용의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그나마 국면전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론이다. 대선자금에 관해 『언제라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결코 회피하지 않겠다』는 김대통령의 다짐이야말로 어찌 보면 이번 담화의 핵심적 내용이라 할 만하다.

법리상 대통령은 재임중 일반범죄 행위로 소추당하지 않아 시효가 중단되기 때문에 92대선 자금과 관련된 정치자금법이나 선거법 위반죄의 경우 퇴임후에도 4개월 가량 시효가 남아있게 된다. 따라서 결코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언명은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깊이 유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비록 또 다른 혼란과 정쟁 가능성 때문에 대선자금 내역에는 함구하지만 책임론으로 대신하겠다는 각오는 국난극복과 국정회복에 대한 대통령 스스로의 배수진이라 할 수도 있겠다.

김대통령의 담화중 이같은 책임론과 함께 가장 강경하면서도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중대결심의 결의를 피력한 부분이다. 퇴임을 불과 몇개월 앞두고 있을 뿐 아니라 유례없는 국정공백사태마저 겪어온 김대통령이 이제와서 특유의 정면돌파 강수를 선언한 것은 그 내용과 실현 가능성 등 여러가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게 사실이다. 그런 중대결심내용에 대해서는 대체로 국회차원의 정치개혁안이 좌절될 때 헌법 제72조에 따라 국민여론을 수렴한 독자적 대선제도 개혁안을 입안해 국민투표에 부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6개월 정도 남겨둔 촉박한 상황에서 과연 그런 비상조치가 가능한 것인지 또 다른 걱정이 앞을 가린다. 한보사태와 대선자금사태도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채 각당의 대선후보각축전에다 국민투표대결까지 동시에 펼쳐질 때의 또다른 국정표류와 낭비를 생각하면 중대결심설이야말로 정치개혁을 꼭 성사시키려는 의지의 또 다른 표현정도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날 김대통령이 밝힌 정치혼란과 부패 및 잘못된 경제구조의 원인과 그 대책에 관해서는 우선 기대해 봄직하다지만 짧은 기간동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오히려 생각할 점이 있다. 5·6공의 정경유착과 정치부패를 단죄하고 지속적 사정을 단행하고서도 오히려 한보사태와 대통령 아들 구속 사태까지 빚어졌는데 이제와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그 많은 일을 역사적 과업으로 삼아 기어코 해내자는 대통령의 마지막 의욕과 당부를 국민들은 과연 어떻게 수용해야 옳을 것인가.

결국 해명도 미흡하고 개혁을 단행할 시간은 촉박하다 해도 더 이상의 국정표류와 공백에서 벗어나 기어코 국면을 전환시켜야겠다는 당위성만은 우리 모두의 것으로 남게 됐다. 현실적으로 그 막중한 사명감을 실천으로 옮기고 오늘의 수렁에서 벗어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정치권이나 재계에만 맡길 수도 없고 담화의 약속실현을 한꺼번에 기대하기도 어려운게 현실이다. 하지만 국민앞에 책임론을 다짐했으면 이번 15대 대선부터 철저한 공영제실시와 고비용구조혁파 등 혁신적 방법으로 엄정관리해 선거풍토를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주길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제 어쩔 수 없이 국민들도 국면전환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정말 나라가 걱정스러워서이다. 정치권은 우리 국민들의 쓰린 가슴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담화의 약속을 믿고 동참하는 것만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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