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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인의 잇단 자살/전준호 전국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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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인의 잇단 자살/전준호 전국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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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사장들의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지역의 경우 최근 보름동안 4명의 중소기업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15일 상오 대구 달서구 갈산동 성서공단내 기계금형 제작업체인 아진기계 공장안에서 사장 이희철(39)씨가 자살한데 이어 이날 하오에는 대구 남구 봉덕동 D아파트에서 스포츠관련 시설업 체 대표인 박모(41)씨가 목숨을 끊었다. 이어 3일뒤인 18일에는 대구 북구 망월봉 야산에서 주물용 형틀제작회사인 천마산업대표 문창업(33)씨가 나무에 목을 맸고 29일에는 유통업체인 전 삼경물산 대표 석기홍(46)씨가 대구 남구 대명동 자택에서 목을 매 숨졌다.

유서를 통해 나타난 이들의 자살동기는 한결 같았다. 『더이상 견디기 어렵다. 가족과 주위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유서의 내용은 갈수록 심화하는 경기침체와 중소기업의 자금난 속에서 이들이 얼마나 기업을 살리려고 처절하게 발버둥쳤는지를 짐작케 해준다.

15일 목숨을 끊은 기계금형제작업체 사장 이씨는 『어머니, 이제 어렵고 힘들어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민을 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죄를 짓고 먼저 갑니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지난해 12월 부도를 낸후 도피생활을 해오다 29일 끝내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석씨도 평소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자살이 올바른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사장들의 잇딴 자살소식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땅의 수많은 중소기업인들의 가슴을 때린다. 천문학적인 뭉칫돈을 물쓰듯 하는 정치판, 남의 돈을 통째로 삼키고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세태속에 빌린 돈 못갚고 제때에 종업원 월급을 못줘 발버둥치다 결국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소중한 목숨을 끊을 수 밖에 없었던 중소기업인들의 최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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