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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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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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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학자들은 고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을 귀화인이라고 불렀다. 귀화인이란 말 그대로 스스로 찾아와 복속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한반도를 조선반도, 조선왕조를 이씨조선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황국사관의 잔재이다. ◆그러나 근래에는 귀화인이 도래인으로 바뀌었다. 70년 재일동포 작가 김달수씨가 귀화인이란 용어의 부당성을 낱낱이 밝힌 것이 계기였다. 결정적인 원인은 일본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김씨의 역사기행문 「일본속의 한국문화」였다. 베스트셀러였던 이 저술에서 그는 귀화인 사관의 허구성을 입증한 것이다. ◆이 영향으로 일본고대사 학자 이시모타 쇼(석모전정)씨는 자신의 저서 「일본 고대국가론」 개정판 서문에 『김달수씨 등의 제언으로 귀화인을 도래인으로 고쳤다』고 밝혔다. 85년 전두환 전 대통령 방일때는 쇼와(소화) 일왕이 환영사에 도래인이란 말을 써 「귀화인」은 자취를 감추었다. ◆70년 첫권을 시작으로 91년 마지막인 제12권을 내기까지 21년동안 그는 일본열도 구석구석을 발로 뛰었다. 마지막 권 탈고때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고대일본은 통째로 한국의 식민지가 아니었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일본인 독자들의 독후감을 소개하면서 고대일본은 한국문화 그 자체였다고 했다. ◆그는 이 저술만으로도 대일외교 37년의 성과에 못지않는 업적을 남겼다. 경남 창원 출신인 그는 조총련에 몸 담고 있던 시절 고향이 그리울 때면 쓰시마(대마도) 북단으로 달려가 부산땅을 바라보며 울곤 했다. 지난 24일 도쿄에서 작고한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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