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가자미식혜·명태머리순대…/기본양념 잘 안쓰고 재료맛 그대로/체인점·귀순자 음식점 등 잇달아 개업사람의 입맛이란 한번 길들여지면 그 맛을 영원히 그리워 하기 마련이다. 한국사람은 김치, 서양인들은 치즈, 일본인들은 우메보시를 어디서든 잊지 못한다. 분단된지 50여년이 흘렸지만 실향민들이 북한음식에 대해 느끼는 애착은 특별하다. 최근 귀순자들이 만든 음식점들이 생기고 북한음식체인점도 6월 말께 문을 열 예정이어서 북한음식붐을 예고하고 있다. 귀순자들이 만든 음식점에는 강봉학씨의 「봉학관」, 김용씨의 「모란각」, 김선일씨의 「옥류관」이 있다.
북한음식으로 널리 알려진 음식은 냉면과 만두, 순대 등이다. 고향의 맛을 잊지 못해 실향민들이 상업화한 이 음식들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북한음식에는 다양한 종류들이 있으며 각 지방별로도 특징이 있다.
경희호텔전문대 조리과 신민자(45) 교수는 『남한의 음식도 지방마다 특징이 있듯이 북한 음식도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분단되기 전인 50년전 북한음식과 요즘 북한이나 옌볜의 음식은 약간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북한음식체인점 「통일의 집」(02―556―1811) 조리연구실장 이병옥(52)씨는 『우리가 조미료맛에 길들여져 음식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는 북한 음식 맛에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일러준다. 지난해까지 17년간 신라호텔에서 근무했던 이씨는 87년 서울올림픽 문화사절단으로 로마를 방문했을때 북한 고려호텔 주방장을 만나면서 북한 음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 북한음식전문체인점을 내기 위해 최근 중국 옌볜 지역을 다녀왔다.
북한음식전문점 「봉학관」(0331―285―8837)을 운영하는 귀순요리사 강봉학(38)씨는 『북한음식에는 발효 저장음식이 많다. 남한음식에 비하면 덜 맵고 덜 짜 자극성이 덜하다』고 말한다.
신교수는 황해도와 평안도음식은 큼직한 크기와 소박한 차림새가 특징이라고 말한다. 황해도음식으로 닭고기국수 만두 김치밥말이 고수김치 등이 유명하다. 평안도음식은 해산물과 곡식이 풍부했던 곳으로 냉면의 대명사인 평양냉면 만두국 어북쟁반 콩비지 순대가 알려져 있다.
함경도가 고향인 강봉학(38)씨는 함경도 음식에는 해산물과 감자로 만든 요리가 많다고 일러준다. 우리가 회냉면이라고 부르는 함경도식 냉면의 북한식 명칭은 회국수이다. 사골국물에 선지를 넣어 끓인 가릿국, 명태머리순대, 가자미식혜, 막가리만두 등이 있다.
북한음식에서 가장 화려한 모양을 자랑하는 요리는 개성음식이다. 서울과 가까운데다 고려의 도읍지여서 화려한 외양이 특징. 서울식 편수가 네모난 모양인 반면 개성식 편수는 동그란 모자 모양이다. 2㎝정도 길이의 떡을 누에고치모양으로 만들어 떡국을 끓인 조랭이떡국도 개성음식이다.
강씨는 『날씨가 선선한 지역이라 북한음식은 육류나 해산물 등을 이용, 기름기가 많다. 요리에 따라 마늘 파 등 기본 양념까지도 잘 안쓰는 등 재료의 맛에 기대는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노향란 기자>노향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