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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때리기’의 본질/손태규 정치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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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때리기’의 본질/손태규 정치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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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사정의지가 몰매를 맞았다. 여론이 사정을 질타한 가장 큰 이유는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 이면에는 『도대체 누가 사정을 하고 무엇이 그 공정성을 보증한다는 말이냐』는 냉소가 깔려있는 것 같다. 한보사태로 빚어진 권력 핵심부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현 정부 4년여 내내 사정시비는 끊이질 않았다. 개혁에는 사정이 불가피하지만 사정이 곧 개혁은 아니다. 사정의 사용방법은 돈이나 마찬가지여서 인색해도 안되고 낭비해도 안된다. 현 정부는 사정을 지나치게 낭비한 면이 없지 않다. 아무리 훌륭하고 아름다운 「사정」깃발을 내걸었을지라도 정략수단의 조짐이 보이면 그것은 「파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사정 때리기」의 본질에 우리 국민의 사정에 대한 체질적·정서적 거부감이 도사리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건강한 사람은 어떤 음식이든 주저하지 않고 먹을 생각을 한다. 쇠약하거나 병든 사람들은 위에 나쁘지 않을까, 독이 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자기 제한을 하며 금기를 만든다. 그런 사람일수록 더욱 쇠약해지기 마련이다.

건강한 사회가 사정을 마다하고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병든 사회에게 사정은 독이 든 음식으로 보이니 이를 피할 구실을 만들고 까탈을 잡는 것이다. 온 사회가 부패사슬에 얽매여 있으니 내 몸이 다칠까 사정이 두렵고, 검은 돈 수입이 줄어드니 사정을 불편하고 귀찮고 짜증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맑은 물에는 고기가 놀지 않는다』는 말을 금언처럼 여기는, 체질화한 비리 풍토 때문에 사정의 부작용만 트집잡는 것이 아닐까.

사정하는 사람이나, 시점이 마땅치 않다고 사정을 질타한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사정 자체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으로 돌팔매질을 한다면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벌써 『찬스를 잡았다』며 사정을 향해 함께 돌을 던지는 정상배와 탐관오리가 무수히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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