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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율과 은행장(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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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율과 은행장(사설)

입력
1997.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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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다시 인사 태풍에 휘말리고 있다. 한보사태의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또 한차례 인사태풍이 불 것임은 이미 예견됐었다. 그럼에도 이번 인사선풍은 시기상으로 부적절해 그 파장이 어느때보다 크리라는 전망인데다 관치금융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않다.먼저 은행장인사가 꼭 이 시기에 대규모로 이뤄져야 할 만큼 급한 일이냐는 의문이 든다. 지금 금융시장은 무정부상태라 할 만큼 신용질서가 무너져 있고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시장에 악성루머가 횡행한 가운데 기업부도율이 최고치를 경신하며 매일 40여개의 기업이 문을 닫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시행하고 있는 부도방지협약마저 제기능을 못하고 있어 금융대란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과 정부가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는 자명하다. 신용질서를 바로잡고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는 일 이상 급박하고 중요한 일은 없다. 지금은 금융위기 상황이다. 굳이 이 절박한 시점에 대규모 은행장 인사를 단행해 금융권의 불안을 가중시킬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나마 보도된 은행장 인사 내용을 보면 관치금융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한보사건의 책임을 물어 일부 시중은행장을 퇴임시키면서 이를 빌미삼아 사실상 재경원출신인사의 순환보직인사를 단행하려는 의도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말로만 금융자율과 관치금융의 타파를 외칠뿐 그것을 보장할 가장 중요한 인사에서는 관치의 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한보사태의 과정에서 시중은행 임직원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재경원 등 외부 출신이 은행장을 맡고 있었다면 그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덜 수 없다.

또 하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은행장경질과 관련해 검찰의 태도와 이를 수용하는 금융당국의 처사다. 검찰수사결과 한보사건과 관련해서 해당 은행장이 배임이든 수뢰든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그 내용을 밝히고 검찰권을 행사해야 하는게 마땅하다. 그럼에도 관련은행장에 대해 권고사직이니 해임요청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해괴한 일이 전해지고 있다. 관련당국 역시 검찰의 이같은 의사를 사실상 수용해 관련은행장을 갈아치운다는 것이다. 검찰권의 월권이고 관계당국의 배임이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한나라 경제의 혈맥을 맡고 있는 은행의 총수 목숨이 이처럼 경시되는 풍토가 누적돼 한보사건이 일어났다. 지금 시급한 것은 금융시장의 안정이다.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아야 경제의 혈류가 트인다. 그러기 위해선 금융인사가 합리적이어야 한다. 제발 당국이 일의 완급과 선후를 가려 금융시장안정에 대처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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