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1차관문 뚫어라” 세몰이 본격화신한국당은 15대 대통령후보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오는 7월21일 개최할 예정이다. 「D-50일」. 이회창 대표와 이수성 이홍구 박찬종 이한동 고문, 김덕룡 최병렬 의원과 이인제 경기지사 등 「신한국 8룡」의 경선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이들의 최대관심은 당심잡기다. 대의원표 확보를 위한 대선주자들의 지방순회가 잦아지고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들을 상대로 한 지지호소가 더욱 강렬해지고 있다. 최소한 8개 시도에서 50명이상씩의 대의원 추천을 확보하도록 돼있던 후보등록 요건이 3개 시도이상으로 완화된 만큼 후발주자들의 1차관문 통과부담은 크게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경선채비를 본격화하는 각 주자진영의 손발은 너나 할 것없이 분주하다. 대세론과 낙마론이 교차하는 등 치열한 홍보전이 전개되는가 하면 벌써부터 합종연횡에 의한 세보강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대표의 대표직 사퇴문제를 둘러싼 난타전은 경선분위기가 달아오른 구체적 증거다. 각주자진영들의 필승 경선전략을 알아본다.<정진석·홍희곤·김광덕 기자>정진석·홍희곤·김광덕>
◎후보등록요건 완화 배경/자유경선취지 최대한 살려 ‘결과 불복’ 후유증 차단하기
신한국당은 29일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당헌개정안을 확정하는 과정에 후보등록을 위한 대의원 추천요건을 완화하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당헌·당규개정위가 마련한 경선규정에 따르면 8개 시도이상에서 각각 50명이상씩 100명이하의 대의원 추천서명을 받아야 경선후보로 등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박관용 사무총장이 제출한 수정안에 의하면 추천규정중 8개 시도를 3개 시도로 하향조정했다.
당지도부가 추천규정을 완화한 것은 무엇보다 대선주자들에게 경선결과에 불복하는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판단때문이다. 박총장은 수정안 제출과 관련, 『자유경선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고 결속과 단합을 위해 대선주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어차피 대선주자를 모두 1차투표에 참여시킨 뒤에 표로 걸러내는 것이 경선후유증을 줄이는 길이라고 보는 듯하다.
최근 일부 대선주자진영에서는 「8개 시도」 추천규정을 유지할 경우 등록가능한 후보가 3∼4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제 추천요건 완화에 따라 현재 거론되는 8룡은 모두 후보등록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당헌·당규개정위는 전체대의원이 5,000명에서 1만2,378명으로 2.5배 늘어난데다 지구당별 대의원도 각각 7명에서 35명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8개 시도 추천규정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뒤늦게 이같은 대의원 추천요건을 달성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5개 시도중 제주(140명) 광주(245명) 대전(280명) 충북(315명) 인천(420명) 대구·충남·강원(각 490명) 등 8개 지역이 500명이하의 대의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유력주자들이 세를 과시하기 위해 추천요건 최대한도인 15개 시도에서 대의원 100명씩의 추천을 받으려고 나설 경우 산술적으로 4명의 후보만이 등록이 가능하게 된다. 게다가 추천과정에서부터 「중립」을 선언, 어느 후보도 추천하지 않는 대의원들이 늘어날 경우 등록가능한 후보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한편 28일 밤 열린 고문단 만찬모임에서 박찬종 고문이 대의원 추천규정에 문제를 제기해 이회창 대표와 일부 고문들이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한다』고 가세한 것도 수정안 제출의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박총장은 29일 상오 당직자회의에서 추천규정을 완화키로 의견을 모은 뒤 각 대선주자진영들과 협의를 거쳐 수정안을 만들어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이회창 대표/대세론 대의원 추천서 굳히기
이회창 대표는 「부동의 대세론」을 대의원 추천결과에서 실증해 보이겠다는 자세다. 후보등록 상한선을 모두 채워 15개 시도에서 100명 대의원의 서명을 받아 대세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이를위한 지역별 담당자를 이미 배치해 놓았다. 이대표측은 추대위라는 명칭을 사용하진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추대위 기능을 할 수 있는 조직을 띄워 대세몰이에 박차를 가한다는 생각이다.
이대표측은 지구당 및 시도지부개편대회 참석을 통해 대표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하되 타주자진영의 견제전략에 대비, 소속의원과 지구당위원장에 대한 개별접촉 기회를 늘리고 있다. 또 세가 약한 일부 주자들의 중도포기를 유도하거나 막판지지를 통해 세불리기를 확산한다는 복안도 세워놓고 있다. 정발협 또는 민주계 일부세력과의 연대를 위해 「권력분점」카드를 구체화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이홍구 고문/정책제시·권력분산론 승부수
이홍구 고문측은 경선판세의 상대적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후보등록은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최근 표점검을 해본 결과, 전직 대표의 프리미엄과 폭넓은 인간관계로 맺어진 지지성원층이 두텁게 형성돼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고문의 정책행보는 비전과 새로운 리더십으로 승부하겠다며 내세운 우선순위 차별화전략이다. 그의 지론인 권력분산론을 고리로 한 주자들간의 연대구도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고문측은 특히 과거와는 달라진 대의원들의 객관적이고 자율적인 투표성향에 기대를 걸면서 누가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당의 단합을 이뤄낼 수 있는 인물인가를 집중홍보할 계획이다. 이고문측은 또 노동법파동을 책임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인물이란 인식이 경선행보에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책마련에 고심중이다.
◎이한동 고문/‘경륜있고 검증된 지도자’ 부각
이한동 고문은 오는 6월2일 국회에서 20여명의 지지의원들을 배석시킨 가운데 경선출마를 공식선언한다. 이고문은 그동안 꾸준히 지역대의원과의 접촉기회를 확대해 왔으며 최근 한 시사주간지의 지지도 여론조사결과, 이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 일정세의 당심을 확보했음을 과시했다. 이고문의 트레이드 마크인 「국민통합론」을 앞세워 경륜있는 지도자상과 안정적 리더십을 강조하고 특히 17년 정치역정에서 부패사건에 연루된 적이 없는 깨끗한 인물임을 내세워 「검증된 지도자」임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이고문은 그동안 지속해온 대의원 접촉을 강화, 서울에서는 중앙상무위원과 국책자문위원 등 당연직 대의원과 만나고, 지방에서는 하루 3∼4개 지구당을 방문해 지구당 당직자들과 연쇄적으로 모임을 갖고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최병렬 의원/정책·비전 앞세워 ‘큰 인물’ 홍보
최병렬 의원은 후보등록요건의 완화로 후발주자의 부담을 한결 덜게됐다. 그가 경선출마를 공식선언할 때 밝혔듯이 지역패권이나 세몰이로 승부하기 보다 정책과 비전으로 당당히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자세다.
TV토론회 등에 빠짐없이 참석해 정연한 논리를 선보임으로써 지도자의 자질을 공개검증받겠다는 전략이다.
서울시장과 노동부·공보처장관,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지낸 풍부한 국정경험을 내세우고 그동안 정리해온 「21세기 국가전략」을 유감없이 펼쳐 보일 경우 「큰 인물」의 평가가 나올 것을 확신하고 있다.
최의원은 특히 「대의원 1만3,000명」의 의미를 주목하고 있다.
과거처럼 지구당위원장이 대의원표를 완전장악할 수 없다고보고, 대의원들의 자유스런 선택을 기대하고 있다.
◎이수성 고문/자력 세확보·정발협 연대 병행
이수성 고문은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인정하면서도 경선행보의 템포를 서서히 가속화하고 있다. 외부에는 마치 이고문이 정발협만 쳐다보고 있는 것으로 돼있으나 자력에 의한 세확보 노력도 꾸준히 전개해왔다는 주장이다. 최근 한 시사주간지가 신한국당 대의원들을 상대로한 지지도 여론조사결과, 이고문이 2위를 차지했고, 다른 주간지의 조사결과도 2위를 기록한 사실이 다름아닌 폭넓은 세확보의 증좌라는 것이다. 이고문측은 『누가 국가지도자의 자질과 덕목을 가장 많이 갖춘 인물이냐에 대한 대의원들의 진솔한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민심을 쳐다보고 당심을 결정해야하는 당위성에 대의원들이 공감한다면 이고문이 경선정국의 최대변수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고문측은 이를위해 이고문의 인물면면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정발협과의 연대움직임도 구체화한다는 전략이다.
◎박찬종 고문/“서민적 리더십” 대의원들 공략
박찬종 고문은 내주부터 특강일정을 축소하는대신 본격적인 대의원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충청·강원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지구당을 방문할 계획인데 문민정부 이념을 계승발전시켜 문민2기 정권을 창출할 적임자임을 집중홍보할 계획이다. 박고문측은 「서민적 리더십」을 부각, 권위주의적 리더십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국민들과 현장에서 만나 국정현안을 설명할 수 있는 인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소속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의원회관을 직접 방문하고 있고, 요즘도 하루 2∼3차례씩 민주계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불공정문제를 제기하며 이회창 대표를 견제하는 일도 경선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를위해 6인주자 연대모임을 재추진할 구상이며 늦어도 6월초 지구당개편대회 전까지는 이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덕룡 의원/후원모임 발족 초반 기선잡기
김덕룡 의원은 6월 중순 이후에 공식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그는 출마선언이전까지 대규모 세몰이를 통해 기선을 잡는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김의원은 차기대선의 의미를 지역주의 타파와 구시대정치 청산으로 요약하고 있다. 따라서 당장의 인기를 노리는 발언보다는 명분있는 선택을 호소하는 식의 대의원 설득작업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길게보면 명분있는 주장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6월 초순 80여명(의원 40명, 원외 지구당위원장 40명)이 참여하는 「21세기 국가경영연구회」를 공식발족, 경선출전의 닻을 올리고 전국 지구당을 순회하며 「DR 알리기」작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젊은후보 이미지를 강조, 초선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인제 지사/‘탈계파 젊은지도자상’에 주력
이인제 경기지사는 6월초 경기도의회 회기가 끝나는 대로 지방순회를 재개할 계획이다.
이지사는 경기도를 주요 지지기반으로 설정하고 있으나, 서서히 타지역으로 지지세를 확산시킨다는 복안아래 다단계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공정경선의 틀을 확보하기 위해 비주류 주자들과의 연대활동을 계속하고 「대표직 조기사퇴」주장도 앞장서 제기할 방침이다.
정발협의 지원에 매달리지는 않되 친정인 민주계와의 우호관계에도 신경을 쓰면서 기본적으로는 「탈계보」의 당위성을 강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지사측이 내세우는 우선순위 슬로건도 「파벌정치 타파」다.
이지사는 특히 지구당위원장과의 관계를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로 설정, 21세기를 대비하는 「젊은 지도자상」을 부각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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