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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총리의 눈물/장인철 국제부(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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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총리의 눈물/장인철 국제부(기자의 눈)

입력
1997.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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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만의 거인」 헬무트 콜 독일 총리가 눈물을 흘렸다.28일 네덜란드 헤이그 비네노프궁에서 대다수 유럽 정상들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마셜플랜 50주년 기념식장.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유럽부흥의 견인차역할을 한 마셜플랜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연설도중 전후의 폐허 속에서 자란 콜 총리의 소년시절을 환기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시린 손과 가슴을 따뜻하게 데우기 위해 한 그릇의 수프를 배급하러 교정으로 들어왔던 미국 구호트럭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소년이 이 자리에 있다』고 운을 뗐다. 물론 단하 청중석에 앉아있던 콜 총리를 지칭한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폐허 속에서 역사를 배운 그 소년이 자라 통일독일의 첫 총리이자, 단일 유럽의 열정적 지도자가 됐다』며 『콜 총리야말로 물질적 정신적으로 마셜플랜을 상징하고 있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순간이었다. 감동적으로 연설을 듣고있던 콜 총리의 부리부리한 두 눈가에 이슬이 맺히더니 마침내 두툼한 양볼을 타고 거구가 무색한 눈물이 흘러내린 것이다.

콜 총리가 왜 눈물을 보일 수 밖에 없었는 지는 자신만이 알 일이다. 폐허 속에 던져진 소년의 눈부신 인간적 성취가 누선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또 통일을 성취하고 마침내 유럽의 주도국으로 거듭난 전후 독일부흥의 벅찬 감동이 이 노회한 정치가의 감정을 억누를 수 없도록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눈물이야말로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하나의 원대한 꿈을 일관되게 추구해온 끝에 나온 결정체라는 사실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콜 총리의 눈물은 그래서 값지다. 당리당략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말의 홍수속에서 정치인 콜 총리가 흘린 한방울의 눈물이 오히려 그리워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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