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영·실명제 기업 소유 경영 분리 유권자 감시강화 등 전국민 결단 내릴때한보비리 규명과정에서 제기된 92년 대선자금문제가 정권의 뿌리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라는 대선자금의 규모에 대한 끝없는 의혹은 여야 정치권 모두를 벼랑끝으로 몰아가고 국가지도력의 공백이라는 지극히 위험한 상태를 조성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저 정치권에 대한 한없는 허탈감과 끝없는 배신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돈 정치」의 악순환에서 정치권과 기업이 자유롭게 되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정치인, 기업인, 시민 모두가 나라를 구한다는 새로운 각오와 결의로 임해야 한다.
첫째, 정치권은 우선 제도개혁에 나서야 한다. 선거법, 정치자금법 및 정당법을 전면 개정하고 돈세탁방지법, 부패방지법, 고발자보호법, 특별검사법을 제정하여 투명하고 돈 안드는 정치가 정착하도록 해야한다. 제도개혁의 기본방향은 선거공영제 확대와 정치자금의 실명화이다. 돈은 적게 들이면서도 선거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선거공영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방송연설회 비용, 신문광고, 투개표참관인 수당 등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면서 후보난립을 막는 장치를 보완하면 선거공영제가 매우 유용한 제도가 될 것이다. 나아가 정치자금의 실명제와 형평성이 실질적으로 지켜지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 정치자금의 입·출금이 정치인별로 단일계좌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의무화하여 정치자금을 실명화하고 흐름이 투명해지도록 해야한다. 이와 함께 정치자금의 익명성을 조장하는 정액영수증제 폐지, 법인기업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정치자금 제공자의 인적사항 공개, 정당내 소액다수의 당비납부 제도화, 국고보조금 제도개선, 정당 및 후보의 정치자금 수지내역공개 의무화 등의 보완이 있어야 한다. 선거운동방식도 TV토론 등을 이용한 정책경쟁이 되도록 해야한다. 대중동원의 정당연설회 폐지, 홍보물의 축소, 사조직가동 금지, 언론매체 연설과 광고, 후보자간 정책과 공약중심의 토론활성화 등은 선거운동의 기본방식을 돈 안드는 선거로 바꾸는 것이다. 정당구조도 정책기구는 강화하되 나머지 중앙과 지방조직은 전면축소해야 한다.
둘째, 기업도 정경유착에서 벗어나는 피나는 노력을 해야한다. 기업은 돈정치의 원인제공자와 「공범」이라는 자기비판과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정경유착을 끊기위해 작은 정부, 공기업의 민영화 및 규제완화가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기업이 스스로 체질을 개선하여 소유와 경영의 분리, 전문경영인제 확대, 국제경쟁력 강화,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음성적인 정치자금 제공의 족쇄에서 풀려나야 한다. 최근 경제단체들이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인 것은 끝까지 지켜야한다.
셋째 시민들도 과거와 다른 결단을 행동을 통해 보여야 한다. 돈정치를 추방하여 「돈 안드는 선거」를 이루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정치제도의 개혁과 더불어 정치문화와 의식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유권자 스스로 정치인에게 돈이나 금품, 선물, 막걸리, 기부금, 화환, 주례요구, 경조사참석 강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아야한다. 일부에서는 「아무리 돈을 받더라도 투표만 제대로 하면 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궤변에 불과하다. 선거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선거꾼」과 「정치꾼」들을 추방해야 한다. 「선거자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사라지도록 유권자나 정치권에서 함께 감시하고 추방해야 하겠다. 선심관광이 사라지도록 일반적인 단체여행도 선거철에는 자제하여 선거분위기의 혼탁을 근원부터 제거하도록 한다. 시민단체역할도 크다. 이번 15대 대선의 경우 공선협, 시민협, 경실련, 유권자운동연합,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여성단체협의회 등과 같은 단체가 언론과 함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라를 다시 세운다는 각오로 돈정치를 추방해야 한다. 「저비용 고효율」의 생산적인 선진정치가 되도록 제도, 의식, 사람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이번 15대 대선만은 차기대통령과 기업인들을 선거이후 범법자로 만들지 않는 깨끗하고 돈안드는 선거가 되도록 국민적인 결단이 있어야 한다. 비록 오늘의 위기가 고통스러우나 21세기의 선진한국을 이루는 고귀한 도약의 계기가 되도록 온겨레의 슬기와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지금이야말로 평범한 시민이 역사의 주인이 되어야 할 때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