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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모양성(김순경의 지금 가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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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모양성(김순경의 지금 가면 좋다)

입력
1997.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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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옛지명이 모양일 만큼 이름난 보리의 고장 고창/지금도 무장·공음면 인근엔 10여만평이 황금물결초여름으로 접어든 모양성 성책을 밟으며 내려다보는 들녘은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훈풍에 흩날리던 보리밭 황금물결은 간데 없고 모내기가 시작된 질펀한 논만 오뉴월 맑은 햇볕에 반짝인다.

전북 고창은 예로부터 이름난 보리고장이었다. 그래서 성읍의 옛 이름도 보리 모자를 써 모양이라고 불렀다. 그 이름만큼이나 초여름 모양성의 사방 들녘은 보리가 익어가는 황금물결로 출렁댔고 성안에는 일찍 베어낸 보리를 가래로 뒤적이며 말리는 촌로의 모습이 한 폭 그림처럼 정겨웠다. 그러나 지금은 일손이 달려 보리농사는 일찌감치 포기한 채 이모작 하던 논밭을 비워두었다가 일찍 모를 내거나 수박을 심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뿌리 깊은 보리농사의 맥은 읍을 벗어나 무장과 공음면으로 이어지는 들녘으로 나가야 그 향수 어린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여기는 몇해 전까지만 해도 역사소설의 무대로나 알려진 곳이다. 빨간 황톳길이 포장만 되었을 뿐 지금도 주변은 흙을 한 줌 쥐어짜면 빨갛게 묻어날 것만 같은 들밭이 둥실둥실 부드러운 선을 그리며 전라도 땅 특유의 정취를 한껏 안겨준다. 특히 무장은 동학군이 보국안민을 외치며 「무장 포고문」을 처음 선포한 곳이고 전봉준이 태어난 당골도 이곳에 있다.

지금도 무장에서 공음으로 가는 용수마을은 30년 가깝게 보리농사를 고집하고 있는데 10여만평이 넘는 넓은 보리밭이 둥실한 언덕 두 세개와 맞물려 있어 그야말로 녹황색의 물결을 이룬다. 보리밭 언덕에는 먼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욕실이 딸린 방이 셋, 단체나 여러 가족이 함께 묵으며 직접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 농막 겸 다용도 건물이 한 채 있다.

보리밭의 정경은 보리이삭이 파랗게 돋아나는 5월 초순부터 수확이 시작되는 6월초, 만종 절기까지 절정을 이룬다. 주말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0677―62―9897). 황금물결 속에 묵으며 달무리가 지는 들녘에 시뿌연 보리밭과 하얀 새벽 달이 걸려 있는 정취는 여간해선 맛보기 힘든 일이다.

◎가는 길

고창읍에서 무장과 공음을 거쳐 법성포로 나가는 길이 포장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길은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IC에서 고창읍으로 직접 이어지는 고갯길이 트이면서 법성포까지 연결된다.

호남 고속도로 백양사 IC에서 시작해 양고살재를 넘어서면 석정온천이고 읍으로 들어가 모양성을 둘러본 다음 무장쪽으로 나가면 무장―공음―법성포가 외곬로 이어진다. 보리밭은 무장 사거리에서 4.5㎞지점인 용수버스정류장이 있는 마을입구에서 좌회전해 들어간다.

◎먹을거리/상차림 푸짐한 한정식집 두곳

고창의 인사는 『식사는 어찌되었소?』에서 시작해 『반주 한잔 혀야지?』, 『자고 갈라면 여그서 자고 가』로 이어진다. 그만큼 인심이 후하고 상차림도 푸짐하다. 고창읍에는 조양관(0677―508―8381)이 이름나 있고 법성포에는 명성식당(0688―356―2172)이 있다. 두곳 모두 20∼30년이 넘는 내력을 지닌 곳이다.

한정식과 굴비정식이 별미이고 명성식당은 농원에서 15분, 아침식사를 예약할 수 있고 식사와 함께 활기찬 어항을 둘러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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