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29일 의원 425명을 뽑는 총선을 실시한다.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 축제」라는 집권당의 거창한 구호와는 달리 「통과의례적」 성격을 어느때 보다도 강하게 띠고 있다. 반정부 세력의 원내 세력화를 막기위한 집권당의 공작으로 야권의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인도네시아는 제도적으로 집권 골카르당(현의석 282석)과 야당인 통일개발당(PPP·62석), 인도네시아민주당(PDI·56석) 등 3개 공인정당만 후보공천을 할 수 있다. 총의석 500석중 선출직 425석을 제외한 75석은 체제유지의 보루인 군부인사로 지명한다. 선거에 앞서 정부는 야당후보 자격심사 및 유세기간에 후보와 지원연설자의 연설문을 사전검열하는 전횡을 부렸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해 대표적 야당 지도자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여사를 PDI당수직에서 축출, 피선거권을 박탈함으로써 반정부세력의 결집을 원천봉쇄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유례없는 폭력사태가 발생한 것은 이같은 집권당의 횡포와 함께 수하르토(75) 대통령의 31년 장기집권에 따른 「체제 피로증」이 겹친 탓이다. 32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선거폭력은 국민들의 정치적 좌절감과 체제의 정당성에 대한 도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독재정치, 극심한 빈부차, 부패·공권력 남용, 인구 5%의 중국계가 국부의 70%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 등은 보수 중산층에도 깊은 불만을 낳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 집권당은 70.02%의 지지율(92년 총선 68.10%)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하르토 대통령의 재집권을 위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다. 이번에 뽑히는 국회의원 500명과 정부지명 인사 500명으로 구성되는 「국민협의회」는 내년 3월 정·부통령을 선출할 예정이다. 물론 여기서 수하르토가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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