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지 6월2일자『하타미는 아야톨라 고르바초프』
24일 실시된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69.7%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모하메드 하타미(54)의 지지자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의 말이다. 당초 지지율 13.9%에 불과했던 하타미의 당선은 놀라운 일이다. 정신적 절대지도자 아야톨라 알리하메네이를 비롯한 집권 보수 강경파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아크바르 나테크누리 국회의장의 패배는 「선거를 통한 개혁파의 혁명」으로 일컬어 질 만하다.
하타미는 79년 이슬람혁명이후 등장한 이란 지도자들과는 분명 다르다. 그는 자유주의적 신학자이자 가족의 가치를 말하는 정치인이다. 영어와 독일어를 구사하고 5년전에는 「서방 퇴폐 사상」의 침투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문화부장관직에서 물러난 인물이다. 그 역시 최고성전 「쿰」의 기도회에 참석하고 한때 아야톨라 알리하메네이의 연설문을 쓰기도 했지만 혁명정신이 퇴색한 최초의 대통령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란에 웬 개혁파냐는 의구심 또한 없지 않다.
사실 하타미의 앞날에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190억달러에 이르는 원유 수출에도 불구, 이란의 실업률은 20%에 달하고 거대한 외채와 25%라는 고인플레율에 시달리고 있다. 혁명전 1,200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현재 800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도전은 체제로부터 올 것이다. 권력의 중심은 혁명을 겪으며 뒤죽박죽 혼란스럽게 뒤엉켜졌고 대통령의 권한은 제한돼 있다. 많은 이란인들은 조직이 궁극적으로 하타미를 마비시킬 것으로 우려한다. 대통령 취임시 실용주의자로 분류됐던 전임 하셰미 라프산자니의 경우가 좋은 예이다. 하타미의 보좌관은 그가 혁명수비대와 비밀 정보조직에 기반을 두고 있는 체제내 극단세력에 대한 통제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강경파와의 대립을 피했던 라프산자니보다 훨씬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워싱턴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하타미의 다음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정리=윤석민 기자>정리=윤석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