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총대 멘후 궁지몰려 일단 상처/YS담화가 고비… 여론향배에 「장래」달려이회창 신한국당대표는 지금 정치입문이래 가장 험난한 고빗길을 오르고 있다. 그 성공적 등정여부가 이대표의 정치적 장래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대선자금문제에 대한 김영삼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결정과 이를 빌미로 더욱 거세지고 있는 반이대표 진영 대선주자들의 대표직 사퇴요구로 이대표는 당안팎에서 궁지에 몰렸다. 그는 지난 23일 청와대 주례보고 이후 김대통령을 대신해 대선자금 공개 불가입장을 천명했음에도 불구, 김대통령이 담화발표라는 후속조치를 결정함에 따라 정국돌파 능력을 의심받는 상황을 맞았다.
만약 김대통령의 담화에 담길 내용이 이대표가 밝힌 그것과 다르거나 보다 진전된 것이라면 이대표는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김심」이 이대표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증좌로 해석되면서 이대표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던 당내 경선구도는 전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더욱이 담화발표후에도 대선자금 공개 여론과 이에 편승한 야권의 공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그 격랑에 휩쓸려 회생불능의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현 시점에서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이대표의 선택 폭이 넓은 것도 아니다. 일각에는 담화결정에 대한 김대통령의 충분한 해명과 이대표에 대한 배려가 없을 경우 대표직을 던지는 강수를 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런 식으로 떼밀리지는 않겠다』는 게 이대표측의 기류인데다 대표직 사퇴가 가져올 효과 역시 미지수라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상황은 이대표에게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전개되는 것 같지는 않다. 28일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이대표체제의 유지쪽으로 일단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다. 앞으로 반대진영의 대응수위 등에 따라 여전히 가변성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이대표측은 이를 「사태반전」을 알리는 징후로 해석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대표직사퇴 논란의 와중에 이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은 담화계획 발표이후 김심을 둘러싼 여러 추측을 일축하는 동시에 담화의 내용과 수위에서도 이대표의 입장을 충분히 감안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대표의 한 측근은 『담화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대통령이 국민앞에 직접 나선다는 형식의 변화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대표측은 대선자금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입장에 서 있는 이대표야말로 대선자금의 공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가장 떳떳이 밝히며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따라서 이대표의 논리가 결국에는 여론에 먹혀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대표와 같은 기조의 담화가 발표되고 여론이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이대표의 대국민 이미지는 오히려 상승곡선을 그릴 수도 있다. 이 조건들이 모두 충족될 경우 이대표의 대선행보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향후 이대표의 장래는 베일에 가려있는 대국민담화의 내용과 이에 대한 여론의 향배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대표가 처한 현 상황은 이에따라 정치생명을 위협하는 위기도, 대세를 굳힐 수 있는 반전의 기회도 될 수 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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