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대표의 23일 주례보고 결과 발표 이후 번지고 있는 대선자금 파문과 그에따른 신한국당내의 이대표 인책요구에 대해 범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는 어정쩡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정발협 간사장인 서청원 의원은 2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발협은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는 표현으로 입장을 정리한다』고 말했다. 서의원은 무엇이 안타깝고 어떤 것이 유감스러운지 밝히지 않은 채 『이 문제에 관해 우리는 아직 정확하게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 시점에서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말을 잘랐다.서의원의 「정발협 입장 밝히기」는 대선자금 문제에 관한 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민주계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말해 준다.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해 그간 민주계가 견지해온 입장은 「공개불가」였다. 이대표가 한때 「고백론」을 들고 나오며 공개불가피 입장을 밝히자 민주계는 노골적으로 이대표를 비판했다. 그런데 이대표가 입장을 바꿔 김영삼 대통령을 위해 총대를 메겠다며 「공개불능」의 깃발을 들었다. 정발협은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대표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대표가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사면초가에 처했다. 정발협으로선 무언이 상책인 상황이 돼버린 셈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절차와 방법의 문제를 거론하며 이대표의 「처리미숙」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정발협 내부에 적지 않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새겨볼만하다. 설사 이대표의 주장대로 김대통령의 말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고 하더라도, 이 하나로 모든 문제를 다 덮자는 식으로 이대표가 방향을 잡은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처리미숙론의 요체다.
시기와 상황을 보아가면서 자연스럽고 적절하게 공개불가쪽으로 여론을 형성해 가는 단계적 해결책을 모색했어야 옳았는데, 성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김대통령은 물론 여권전체에 부담을 지웠다는 것이다. 따라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대표 스스로 「입장정리」를 해야한다는 것이 상당수 민주계 인사들의 생각이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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