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온 국민의 관심은 내일 김영삼 대통령이 1992년 대통령선거때 쓴 자금에 관해 천명할 담화에 쏠려 있다. 국민은 상세하게 밝힐 것을 고대하고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올해들어 반년이 가깝도록 나라는 하루도 조용한 날 없었다. 모든게 혼돈속에 소용돌이 치며 표류하고 있다. 국정은 공백상태인데다 민심은 흐트러질대로 흐트러졌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문이 뿌리째 흔들리고 곤두박질 쳤으며 민생은 방치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김영삼정권의 실정때문이다. 한보비리사건과 정치권과의 결착, 김현철씨의 인사개입 등 국정농단과 금품수수, 그리고 대선자금 사용 사실의 은폐에서 기인한다.
국민이 대선자금의 공개를 원하는 것은 단순한 흥미나 호사취미 때문이 아니다. 지난 대선이 엄청난 돈잔치였음은 모두가 알고 있다. 김대통령은 취임후 누구보다도 정치의 도덕성 청렴성을 역설하고 부패척결을 공언했다. 또 두 전직대통령을 비자금 등으로 구속시켰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한 대선자금은 미궁에 빠지게 한 채 김현철씨가 대선자금의 잉여금인 듯한 100억원 규모의 거액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증폭시킨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김대통령은 지난 23일 이회창 당대표를 통해 「자료가 없어 공개할 수 없으며 송구스럽다」고 하여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다. 여전히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분노마저 느꼈던 것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갈팡질팡끝에 국민에게 소명키로 한 것은 다행으로 여기며 기대를 걸고 있다.
대선자금에 대한 인식은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는 한 국정운영과 정치의 정상화도, 경제살리기와 민생노력도 할 수 없으며, 심지어 여당의 난맥도 풀 수 없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때문에 모든 부문을 정상화할 수 있는 최선의 처방은 대선자금 전모를 밝히는 일이다. 어느 기업 등으로부터 모두 얼마를 모았고 특히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정태수씨에게서 얼마나 받았으며 이를 공사조직을 통해 어떻게 썼는가를, 그리고 잉여금의 유무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물론 김대통령이 여러 사조직 등에서 독자적으로 모금·사용한 내역까지는 모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본인이 주도했거나 보고받은 수치는 밝혀야 한다. 국민의 대선자금 해명입장은 사뭇 정략적으로 해명을 압박하는 야당의 그것과는 다르다. 진심으로 구체적 수치로 해명하고 사과할 때 김대통령과 여당이 강조하는 돈 적게 드는 선거와 정치를 위한 고비용 정치구조개혁에 기꺼이 동참하고 또 남은 임기동안 경제회복과 민생대책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적극 협력하게 될 것이다.
김대통령에게 있어 이번 담화는 시국수습의 마지막 기회다. 담화는 난마처럼 얽힌 시국수습과 안정, 여당과 정국의 평화를 가져올 것이냐 아니면 두루뭉실한 설명과 불가피논으로 더 엄청난 혼란으로 번질 것인가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제 김대통령은 중대한 결단을 내려 선택을 해야 한다. 국민은 임기후 또 다시 국가원수가 사법적으로 시달림을 받는 것은 원치 않는다.
김대통령은 마음을 비워 양심고백을 하는 구국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필사즉생의 자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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