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내용 못밝힌다” 한때 이견추측/「사퇴 불가」 계속 유효할지는 미지수대선자금 문제, 대표직 사퇴논란이 여권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는 28일 청와대에서 만났다. 형식적으로는 이대표가 중국방문의 성과를 설명하는 주례보고였지만, 내용적으로는 민감한 현안의 해법을 모색하는 심각한 자리였다.
대선자금 문제와 대표직 사퇴여부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경선 기류, 정국 향배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당안팎의 민감한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회동의 정치적 의미가 간단치않음에도 불구하고, 주례보고후 신한국당 이윤성 대변인의 발표는 그야말로 간단했다. 『이대표가 29일 김대통령과 대선주자들의 오찬, 30일 대국민담화 등의 일정을 감안해 대화내용을 밝히지 못한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집요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대변인은 『그게 전부다』라고 되뇌일 뿐이었다.
이대변인의 「선문답」을 놓고, 한때 당 일각에서는 『의견조율이 잘 안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이대표가 김대통령의 의중이 대표직 사퇴로 기운 사실을 읽고 침묵으로 항변하고 있다는 분석마저 대두됐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관계자, 이대표 측근들이 단편적으로 던지는 해석에서 김대통령과 이대표가 현상유지를 택했다는 방증들이 드러났다. 청와대의 김용태 비서실장, 강인섭 정무수석은 『당이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못박았고 하순봉 대표 비서실장은 『두 분의 인식차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 고위인사는 아예 『이대표체제의 유지, 이대표의 대선자금 해결 지원이 주례보고의 결론』이라고 전하기까지 했다.
이런 언급들을 종합하면, 이대표의 침묵은 김대통령과의 정교한 의견조율 하에 이루어졌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대표는 자신이 현 체제의 유지를 언급할 경우 다른 주자들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주례보고후 이대표가 「대선자금 공개불가」를 발표했을 때 초래됐던 분란상황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대통령이 대표직 사퇴문제를 직접 매듭짓는게 다른 주자들의 반발을 가라앉힐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음직하다.
김대통령이 이대표체제를 유지시켜주는 대신 이대표는 대선자금 매듭에 적극적 지원을 약속한듯 하다. 물론 거래하듯 상호지원이 이루어지지는 않았겠지만, 이대표 측근들의 느긋한 표정으로 미루어 양자 사이에 충분한 논의와 이해가 이루어진 분위기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이대표는 경선구도에서 우위를 얻기위해 김심을 업었고, 김대통령은 대선자금 정국의 돌파를 위해 이대표의 이미지를 활용했다』고 평했다.
그렇다고 대표직 사퇴불가가 계속 유효할지는 불분명하다. 오히려 본격적으로 경선국면이 전개되면 이대표의 사퇴가 이루어질 수 있다. 김대통령이 정국돌파 등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대표 사퇴 불가를 택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반이 진영의 대표사퇴 요구는 계속 제기될 게 분명하다. 오히려 더욱 기세를 더할 가능성도 있어 여전히 분란의 요소는 잔존해 있다. 당장 29일 청와대오찬에서 일부 주자들이 대표사퇴를 문제삼을 수 있으며 이어 전국위에서 일부 대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할 소지도 있다. 따라서 이대표체제의 유지는 일시적 봉합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많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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