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은 28일 헤이그에서 전후 유럽경제의 부흥을 일궈낸 「마셜플랜」 50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한다. 마셜플랜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함께 유럽의 안정과 번영의 주춧돌이 되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은 이날을 맞아 유럽연합(EU)의 내실화와 나토의 확대 등 새로운 유럽을 건설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마셜플랜 50주년을 맞는 유럽 미국 러시아 등의 분주한 움직임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미 입장/미 “나토확대 유일강국 굳히기” 편집자>
마셜플랜 5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26일 유럽방문 길에 나선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마치 「개선 장군」처럼 득의양양했다. 파리로 떠나기 앞서 참배차 들른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이날 행한 연설에서 그는 반세기전 마셜플랜으로 거둔 전략적 승리를 상기시키며 『미국은 향후 50년의 번영과 안정을 위해 또다른 마셜의 도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클린턴행정부가 「제2의 마셜플랜」으로 비유하는 것은 바로 27일 조인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간 안보협정. 헤이그에서 예정된 마셜플랜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나토 확대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재천명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즉 47년 마셜플랜이 전후 황폐된 유럽을 경제부흥으로 이끌고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면 이번에 조인한 러시아와의 안보협정으로 21세기 단일 초강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게 그의 포부이다.
하지만 「하나의 유럽」이 넘어야할 벽은 아직 남아 있다. 미국과 유럽, 심지어 러시아까지도 또다른 유럽의 분할을 바라지 않고 있지만 나토의 확대만으로 유럽의 통합을 유지하기에는 경제적 장벽이 너무 높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유럽 입장/“수혜국서 대등관계로 전환”
마셜플랜 50주년을 맞아 유럽연합(EU)의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27∼29일(현지시간) 뜻깊은 기념행사들이 펼쳐지고 있다. 28일 이곳에서 EU 15개 회원국 정상들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참석한 정상회담이 열려 지난 50년간 지속돼온 대서양 양안의 번영을 자축하고 21세기에도 동반관계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할 예정이다. 전후 폐허에서 마셜플랜을 재건의 기초로 삼았던 서유럽국들은 나토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안보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냉전체제가 세계 경제전쟁으로 대체되고 서유럽이 거대 국가군으로 자리를 굳히면서 돈독한 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특히 올들어 미국의 대쿠바 금수법안, 이란제재법안 등을 둘러싸고 양측간에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마셜플랜의 모태가 됐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내에서조차 주도권 싸움이 노골적이다. 또 세계 분쟁지역에서 서유럽측은 미국과 영향력 대결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경제력에 상응하는 독자적인 군사안보권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 및 경제우산 아래서 성장해온 서유럽은 이제 미국이 주도해온 「일방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대등한 관계」로 가기 위한 벅찬 행보를 취하고 있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러 입장/“대미 독자노선속 공동번영”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기본협정 체결에 따른 유럽의 새 안보체제 아래서 과거 적대국이었던 서유럽진영과 협력, 「공동번영」의 길을 찾아내는 새 유럽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구 소련이 미국의 유럽지배 가능성을 우려해 「마셜플랜」이라는 「공동부흥」의 기회를 걷어차 버린지 50년만에 바뀐 정책노선이다.
구 소련이 마셜플랜에 대항해 조직했던 동유럽 경제상호원조회의(COMECON)체제가 붕괴하고 동유럽이 나토에 가입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로서는 달리 선택의 길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가 나토·러시아간 기본협정의 서명으로 이들 국가로부터 경제협력과 서방선진7개국(G7)의 참여에 대한 지원을 기대한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새로운 대유럽정책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 즉, 러시아는 여전히 「유럽의 번영은 유럽국가의 손으로」라는 시각을 갖고있다. 50년전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유럽이 아니며 유럽이 미국의 지배하에 들어가는 일은 있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최근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들과 미국간의 불화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반미 공조체제를 구축하려는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마셜플랜이란
2차대전후 서유럽에 대한 미국의 경제원조계획으로 조지 마셜 국무장관이 47년 6월 하버드대 강연에서 처음 이 계획을 공표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땄다. 공식 명칭은 유럽부흥계획(European Recovery Program)이다.
이 계획이 나오게 된 배경은 미국이 방대한 생산능력과 과잉자본의 배출구가 필요했고 소련 공산주의의 유럽확산을 저지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은 재정과 외환보유고가 고갈되고 원자재가 부족해 총체적 경제 난국에 빠져 있었다.
48∼51년 미국이 쏟아부은 133억달러(현재가치 1,000억달러)의 원조액은 유럽경제를 단번에 회생시켰다. 이 기간중 유럽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33%이상 신장됐으며 유럽 무역량은 65%가량 증가했다. 마셜플랜의 수혜국은 총 16개국. 이 계획으로 마셜은 은퇴후인 5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사실 이 계획을 처음 구상·입안한 핵심브레인은 당시 딘 애치슨 국무부 차관과 조지 케넌 정책기획본부장이다.
◎마셜은 누구
마셜플랜을 제창한 조지 마셜은 2차 세계대전중 육군참모총장(1939∼45)을 거쳐 국무·국방장관을 두루 수행한 무인이자 정치인.
2차대전중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조언자로 활약했고 얄타·포츠담 회담에 미군측 대표로 참석, 당시 미국의 세계 전략을 주도한 인물이다. 45년 11월 참모총장직을 사임했으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설득으로 대통령 특사에 임명돼 중국내전의 중재역을 맡았다. 그의 중재는 비록 실패로 끝났으나 마셜은 트루먼 행정부 아래서 47∼49년 국무장관, 50∼51년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마셜플랜이 유럽 경제부흥에 기여한 공적이 인정돼 5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이상원 기자>이상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