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애로사항 해결능력 필수… 화통함도 중요/대리·과장때부터 스스로 관리자 자질 익혀야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고위 관리직에 진출하는 여성도 늘고있다. 그러나 한 부서를 이끄는 책임자가 됐다는 기쁨은 잠깐, 「업무상 다퉈도 남자상사는 술 한잔 마시고 확 풀지만 여자상사는 꽁해서 마음속에 담아둔다」 「술자리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 「부하직원의 바람막이가 되거나 승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등등 갖가지 반감에 부딪치게 된다. 주혜경(48·삼성데이타시스템 이사)씨는 『남성중심의 기업문화에서는 능력이 탁월한 여성들조차 미래의 관리자로서 훈련받을 기회를 갖기 힘들다. 대리나 과장급에서부터 스스로 관리자로서 자질을 익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사소한 자질시비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직장상사로 여성이 가장 취약한 점중 하나는 「정치력」이다. 상사로 일하다보면 직원들의 복리나 진급문제를 해결하고 자기 부서의 애로사항을 타부서나 상급자에게 이해시키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김영숙(38·현대증권 경리과장)씨는 『부서책임자가 사내에서 힘이 있고 사통팔달할 수 있어야 부가 활성화된다』고 말한다. 김씨는 사내에서 가장 힘들다는 경리과를 맡아 2∼3년 고생한 직원들은 책임지고 본인이 원하는 지점으로 전출시켜준다. 김씨는 『경리과 업무가 얼마나 힘든지 평소 상사들에게 충분히 납득을 시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화통함도 중요한 덕목이다. 증권업계의 최초 여성지점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광순(37·쌍용투자증권 분당지점)씨는 한달에 한번 이상은 저녁회식을 갖는다. 노래방을 주로 이용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서 노래도 부르고 술잔도 돌려가면서 모임을 이끄니까 서로 격의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술자리 체질이 아니라는 이승정(39·서울YMCA 청소년사업부장)씨는 「새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체험나누기」를 활용했다. 이씨는 지난해 5월 부장취임 이후 술자리를 대폭 줄이는 대신 MT를 자주 갖고 「나는 누구인가―3분 연설게임」 등을 시도, 부원들로부터 『서로를 이해하는데 술자리보다 오히려 신선하고 유익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일에 관해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따끔한 지적을 한다. 이진경(29·대원보일러 영업부 과장)씨는 영업부 남자직원 4명이 모두 자신보다 나이가 많지만 잘못이 있으면 앞에서 바로 「야단」을 치는 정공법을 쓴다. 대신 나중에 따로 불러 커피나 담배 한 갑을 사주며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비결. 이씨의 이런 태도를 부하직원은 오히려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단다.
성차별적인 관행에 대해서는 권위를 갖고 엄격하게 맞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양경수(32·부광실업 디자인실장)씨는 남자상사의 반말은 받아들이면서 더 나이 든 여자상사의 반말에는 불쾌해하는 남자 부하직원한테 『남존여비의식이 그렇게 뿌리깊으니 어떻게 창조적인 작업을 하겠느냐』며 맵게 비판했다. 양씨는 『여자라는 이유로 상사의 권위를 인정하려들지 않는 사람들은 확실한 의식교정을 시켜주어야 업무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이성희 기자>이성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