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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집에 가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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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집에 가기 싫다”

입력
1997.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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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의무만 산적… 직장이 되레 안식처/‘일중독’ 시인불구 근무시간 축소 원치않아직장인들이 늘 입에 달고다니는 불평중 하나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불평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미국의 직장인들은 직장을 「가정사의 온갖 스트레스로 부터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로 삼고있으며 오히려 일터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버클리대학 사회학과 알리 호츠차일드 교수가 130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 뉴욕타임스매거진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직장을 갖고 있는 아버지중 33% 이상, 어머니중 20% 이상이 자신을 「일 중독」이라고 하면서도 근무시간이 줄어들기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또 가정과 일의 병립을 돕기위해 미국의 많은 회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파트타임근무나 재택근무, 육아휴직제 혜택을 실제로 받아들인 사람은 채 3%에 못미쳤다.

호츠차일드 교수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전통적인 가정상의 변화에 두고 있다. 가정은 한때 정신적·신체적 안정과 재충전의 공간이었으나 현대 산업사회에서 가족간의 유대감은 옅어지고 짜증스러운 가사노동의 의무만 남은 공간으로 전락했다. TV광고들은 사람들에게 시테크에 능란하지 못하면 열등한 인간이 될것이라는 강박관념을 끊임없이 주입시켰다. 일도 하고 부모역할도 하면서 아울러 건강과 젊음도 유지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은 가정생활 조차 저녁 식사시간 30분, 자녀와 대화시간 30분 등으로 세분화, 의무화하게 만들었다.

반면 기업체들은 노동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보다 안락하고 친근한 직장이 되도록 노력해왔다. 직장인들은 회사와 일에 대해 정서적 연대감을 갖도록 고무됐으며 근무환경은 쾌적하고 세심하게 설계됐다. 결국 직장은 가정을 대신해 개인적 성취와 안락함을 보장해주는 공간으로 부상했다.

호츠차일드 교수는 가정과 직장의 역전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감안할때 미국의 어린이들은 내년부터는 「아빠 직장 방문하는 날」 대신 「부모와 집에 있는 날」을 기념해야하는 처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맞벌이 부모가 가정보다 안락한 직장에서 성취욕구에 젖어 일에 열중할때 어린 자녀들은 세상살이의 냉담함을 홀로 깨닫게 되리라는 우울한 전망이다.<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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