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보다 온건한 인사가 이란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온건인사가 등장하기를 희망해 왔지만 아직은 상황이 가변적이다. 우선 이란은 신앙을 국가적으로 제도화하면서 종교지도자에게 최우선적인 권력을 인정하는 회교국가다.모든 대통령 후보들은 출마에 앞서 신앙심을 테스트하는 시험에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새 대통령에 선출된 모하메드 하타미도 역시 이같은 이란의 지배집단에서 배출된 것으로 보아야한다. 그가 자유주의적 경향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란이 변화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물론 이번 선거는 이란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의 전조가 될 수는 있다.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지금까지의 대이란정책을 재고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란이 혁명의 광기에서 벗어나 다른 제3세계 국가들과 같이 다루기 쉬운 나라가 된다면 당연히 미국도 이란에 대한 외교정책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이란과 이라크를 「한쌍의 불량아」로 취급, 여러가지 제재를 가해왔다. 이란의 지도자들은 오랫동안 미국을 「대사탄」으로 지목,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광적인 종교혁명이나 이데올로기 등에 대한 반감때문에 이란을 적대시 해온 것은 아니다. 미국이 문제삼아온 것은 국제테러와 전복활동 등에 대한 지원, 중동평화에 대한 위협적 행동, 핵무기 및 기타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등 이란의 정책이었다. 과거 테헤란의 미 대사관을 점거했다고 해서 그 반감때문에 이란을 핍박해온 것이 아니다.
이제 이란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됨에 따라 서방국가들은 새로운 대이란 정책을 취할 것이고 그것은 바로 미국에게 또다른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선거로 인해 이란이 과거의 행동양식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규칙을 지켜나가는 국가가 되었다는 인식아래 서방국가들이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하타미가 새 대통령에 뽑혔다고 해서 서방세계가 곧바로 이란에게 「공짜 티켓」을 주는 것처럼 미련한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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