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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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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가와 지주가라는 게 있다. 옛 중국의 서진(265∼316) 시절, 혼탁한 시국을 한탄하며 낙양성 밖 대나무 숲에 모여 술과 시로 시름을 달랬다는 죽림칠현에서 비롯됐다. ◆호주가란 주량이 많은 사람들, 지주가는 조금씩 마시면서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당시 죽림칠현중 대표적인 호주가는 산도로 한자리에서 여덟말을 마셨다고 한다. 또 지주가로는 유령이 있었는데 어딜 가나 수레에 술독까지 싣고 다니며 술과 가까이 하되 조금씩 마시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처럼 술에 관한한 대가의 경지에 이른 이들이었지만 술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남긴 말이 있었다. 「술이란 본시 흥을 돋우고 시름을 잊기 위해 마시는 것으로 거기엔 두가지의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하나는 각자에게 알맞은 양을 마시는 것이고, 또 하나는 취해 비틀거리거나 추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검찰이 지난해 지방 어느 대학의 입학 환영파티때 신입생에게 사발술을 먹여 숨지게 한 사건의 관련 선배들을 불구속으로나마 모두 기소했다. 상해치사와 그 방조혐의다. 사건발생 1년이 지난 뒤에 새삼스레 이들을 기소한 검찰은 「젊은층의 잘못된 음주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음주에 관한한 우리는 아직도 세계적이라 할 달갑잖은 기록들을 지니고 있다. 1인당 술소비량에 잦은 음주횟수, 그리고 과음으로 빚는 추태나 사건들이 그것이다. 대학사회의 「사발술」 역시 또 하나의 기록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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