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신한국당 대표는 대선자금문제에 대한 김영삼 대통령의 입장표명후 더욱 거세지고 있는 야권의 공세에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을 방문중인 이대표는 26일 베이징(북경)주재 한국특파원과의 조찬간담회 및 교민 오찬에서 『구체적 자금내역이 드러난다면 몰라도 밝힐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선자금의 공개불가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또 『야당이 이 문제를 여당의 일로만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이라며 『야당도 이제는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역공을 취했다.야권이 김대통령 하야론을 제기하는 등 대선자금 문제로 인해 정국이 다시 소용돌이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대표는 일단 정면돌파의 길을 택한 것 같다. 그가 『향후 당에서는 이에 대한 더 이상의 입장표명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사실도 이를 말해주고 있다. 결국 『의혹을 규명하고는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국민을 설득하면서 「여야 공동책임론」으로 야권의 예봉을 꺾겠다는게 이대표의 전략인 듯하다.
그러나 일각에는 정국상황과 국민여론이 더 험악해질 경우 이대표로서도 전략수정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1월 노동법파동으로 대표직을 물러난 이홍구 고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마저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그가 『대선자금을 규명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만약 그 규모가 밝혀진다면 책임을 져야한다』고 거듭 강조한 대목을 음미해 볼만하다. 앞으로 사태추이에 따라 입장을 선회할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베이징=유성식 기자>베이징=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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