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념갈등에 지워진 민족음악가 김순남/추모없는 탄생 80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념갈등에 지워진 민족음악가 김순남/추모없는 탄생 80돌

입력
1997.05.27 00:00
0 0

◎‘산유화’ 작곡가로 현대음악 주체적수용 선구/일선 음악회 개최 예정인데 국내선 행사 전무슈베르트 탄생 200주년, 브람스 서거 150주년인 올해는 연초부터 이를 기념하는 음악회가 국내에서 잇달아 열리고 있다. 하지만 자랑스런 민족음악가 김순남(1917.5.28∼1983?)과 윤이상(1917.9.17∼1995.11.3)의 탄생 80주년임을 기억하는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일본은 9월 도쿄(동경)에서 김순남을 조명하는 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고 11월 베를린에서는 국제윤이상협회가 주최하는 윤이상국제심포지엄이 있다. 국내에서는 김순남 관련 행사는 전무하다. 다만 윤이상의 경우 지난 16일 주한 독일문화원에서 추모 다큐멘터리가 상영됐고 올 가을 서울 세계음악제(9월24일∼10월2일) 개막연주회에서 그의 바이올린협주곡 3번이 한국 초연되는 것 뿐이다. 음악이 인류공통의 유산이라고는 하지만 남의 것을 기리는 데는 열심이면서 정작 우리 것은 나몰라라 하는 무관심과 의식의 불균형은 기이해 보인다.

28일은 김순남의 80세 생일이다. 월북했다는 이유로 금기시되다가 88년에야 해금됐다. 북한에서도 반동으로 몰려 58년 모든 공직과 창작의 권리까지 박탈당한 채 공장노동자로 전전하다 83년 병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양쪽에서 분단과 이념 갈등에 의해 지워진 것이다. 그러나 해방 공간에서 그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고 또한 조선을 대표하는 음악가로 알려졌던 사람은 없다.

김순남은 일본 유학 중 드뷔시, 바르토크, 쇤베르크 등의 현대음악을 흡수, 음렬주의와 무조음악을 시도했으며 그 수준은 모방을 넘어 현대적 기법과 전통음악의 대화를 통한 주체적 수용으로 나타났다. 홍수연 숙명여대 교수(작곡)는 지난달 세미나를 겸해 열린 한 음악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순남의 세계성은 현대음악의 한복판에서 일어난 가장 진보적인 것을 아무런 문화혜택도 받지못한 먼 이역 땅 조선에서 나란히 해낸 데 있다. 그를 잃어버림으로써 한국의 현대음악은 250년 후퇴했다』 이 말은 바흐가 죽은 1750년에 맞춘 것으로, 우리 음악이 현대의 조류를 타지못하고 고전·낭만시대로 돌아갔음을 뜻한다. 또 다른 강석희 서울대 교수(작곡)는 『우리 가곡사에서 김순남의 「산유화」를 능가하는 작품은 없다』고 말한다. 한국의 「진정한」 예술가곡은 김순남의 것 밖에 없다고 말하는 작곡가도 있다.

92년 김순남연구서를 낸 노동은 목원대 교수는 『참된 민족음악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결국 김순남과 만나게 된다. 통일 시대에 대비해 민족음악가로서 그의 자리를 제대로 복원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김순남의 생일을 맞으며 그 말이 외롭지만 힘있게 들린다.<오미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