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만나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사랑했었다’ 조명디자이너 에릭 B 둥헨씨벨기에 출신의 벽안의 에릭 B 둥헨(35)씨가 낯선 땅에서 연극에 데뷔한다. 극단 작은신화의 「매일 만나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사랑했었다」(28일∼6월8일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조명디자인을 맡은데 이어 6월8일 개막하는 국립극단 「무주별곡」의 조명도 그의 몫이다.
인터뷰를 시작하자 그는 『미안합니다. 한국말 잘 몰라서…』라며 겸양을 떨었지만 일만큼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연극 「매일…」은 뚜렷한 줄거리 없이 반복되는 사랑의 구조를 추상화한 작품. 에릭씨는 『무대와 세트가 극히 단순해 상징적인 이미지작업은 조명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십자로를 그려 인간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거나 원을 통해 「끝없는 되풀이」의 이미지와 넘을 수 없는 벽 등을 표현한다. 따뜻한 노랑 주황색, 차가운 파란색 등은 사람 사이의 정서적 관계를 암시한다. 이러한 단순명쾌한 상징작업은 에릭씨에게 매우 익숙하다. 유럽에서도 주로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한 덕이다.
에릭씨가 한국에 정착한 이유는 사랑때문. 95년 6월 말레이시아 여행중 지금의 아내인 박희선(34)씨를 만나 이듬해 7월 결혼했다. 올초까지 영어강사를 했지만 지금은 한국어를 배우는 데 열심이다. 한국에서 전문 스태프로 자리잡기 위해서다. 연출자 김동현씨와 부인이 대본을 영역해 주었다지만 과연 작품을 잘 이해하고 있는 걸까. 『이 작품은 대사보다 느낌이 중요합니다. 오히려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조명 컨셉을 잡는데 좋아요』
브뤼셀대학에서 영문학과 독문학을 전공한 그는 4년제 브뤼셀예술아카데미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추가로 2년제 기술대학에서 조명과 음향을 전문적으로 익혔다. 유럽 각국에서 연극, 쇼이벤트 등의 연출, 조명 작업을 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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