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휘말려 업무수행에 큰 지장/“유언비어 수준” 검찰서도 곤혹최근 청와대의 사정 엄포로 공직사회 분위기가 크게 혼탁해 졌다. 사정대상자로 설에 휘말린 공직자들이 공직을 수행하는데 큰 지장을 받고 있고 일부는 설을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또 공직자들을 상대로 한 진정, 투서가 난무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검찰조차도 최근 거론된 공직자들의 혐의내용은 이미 무혐의로 종결됐거나 유언비어 수준이어서 수사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수사지시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26일 『현재 언론 등에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자치단체장의 경우 대부분 진정이나 투서 수준일 뿐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된 것은 없다』며 『내사설이 나돌고 있는 Y지사의 경우 관할 지검에서조차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며 혐의내용을 물어왔다』고 말했다.
경찰 고위관계자도 이날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자료를 인용, 일부언론이 보도한 L치안감의 자녀결혼식 물의는 사실과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부인의 부동산투기혐의는 자체감사 결과 허위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분기마다 국가기강확립회의를 갖는 등 공직자 사정은 청와대의 통상업무』라며 『이번에는 이미 처리되거나 밝혀진 것들을 놓고 대대적인 사정을 앞세우는 바람에 「실적」을 의식해야 하는 경찰로서는 대단히 곤혹스러운 형편』이라고 털어 놓았다.
특히 청와대 사정착수 발표후 언론에 비리혐의로 거명된 단체장들은 명예와 권위가 실추돼 공직 수행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이들은 또 직원들과 지역주민들에게 결백을 해명하느라 통상적인 업무조차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광역단체장 H씨는 『소관업무와 무관한 조달청공사 입찰과 관련, 익명의 투서가 날아든 것이 마치 실제로 뇌물을 받은 것처럼 보도됐다』고 불쾌해 했다. 또 K광역자치단체 공무원들은 『S시장의 내사설에 대해 시 전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보사태로 2명의 현직은행장이 구속되고 2명이 문책성으로 도중하차한 금융계의 경우 사정설로 내부 불안의 강도가 어느 곳보다 크다. 한 관계자는 『금융계는 사정때마다 투서가 항상 단초를 제공했던 점에 유념해야 한다』며 『한동안 잠잠했던 투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직원들이 업무는 제쳐두고 「이번엔 누가 희생양이 되느냐」며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설로 공직사회가 뒤숭숭하자 고위 사정당국자는 26일 『특정지역과 인사를 대상으로 한 계획사정은 없다』고 밝혀 지난주 『장·차관급 등 고위직 70여명에 대한 내사가 진행중』이라는 높은강도에서 크게 후퇴했다. 그러나 공직자들은 당분간 공직사회에 음해성 투서가 늘고 공직사회의 불안도 쉽게 가시지 않는 등 후유증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정덕상·김상철 기자>정덕상·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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