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웬 사정이냐』사정대상인 장·차관이나 자치단체장들 입에서 터져나온 불평이 아니다. 사정의 주역이 되야 할 일선검사들의 볼멘 소리다.
청와대는 21일 「국가기강확립실무협의회」를 열고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서슬퍼런 사정의지를 밝혔다. 이 정부 출범이후 간단없이 휘둘러온 「전가의 보도」를 다시 한번 쓰겠다는 으름장이지만 정작 검찰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한 검찰간부는 『고위공직자 사정은 국가기강을 위해 필요불가결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한보사건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도 안된 상태에서 또다시 이같은 일제단속식 사정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검찰간부도 『부정부패척결은 시기를 정해 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라며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타이밍이 나쁘면 국면전환을 위해 사정을 이용한다는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고 말해 청와대 주도의 인위적 「사정분위기 조성」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국회의원 9명을 포함해 광역자치장 3∼4명이 내사를 받고 있다는 「구체적」인 이야기에 대해서도 검찰은 『사정자료는 이미 해당 지검·지청에 내려보낸 만큼 현지청에서 알아서 수사할 일』이라며 시큰둥한 입장이다. 한마디로 검찰의 분위기는 또다시 정치논리에 등을 떠밀려 움직여야 하는데 대한 자괴감과 냉소로 가라앉아 있다.
사정은 불시에 길목을 차단하고 대대적으로 벌이는 음주운전 집중단속과는 다르다. 검찰조차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번 사정에 누가 박수를 보낼 것인가. 사정착수의지의 순수성이 의심받고 있는 「위로부터의 사정」은 이미 시작부터 실패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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