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끝났고 공산주의도 종쳤는데 게바라만은 살아 있다」. 지난해 스위스의 한 신문이 유럽의 젊은이들 사이에 일고 있는 체 게바라 열풍을 다룬 특집제목이다. 게바라바람은 그의 사후 30년이 되는 다음달 절정에 달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그의 얼굴을 넣은 시계 재떨이 티셔츠 등이 젊은이들에게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 ◆게바라가 유럽 젊은이들의 우상이 된 것은 혁명으로 권력을 향유한 레닌이나 모택동과는 달리 게릴라로 일관한 전설적인 삶 때문이다. 게바라는 1920년 6월14일 아르헨티나에서 건축가 아버지와 귀족출신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의대를 다녔다. 철저한 부르주아 출신이다. ◆그는 대학 시절 오토바이로 남미 각국을 일주한 뒤 「나는 더 이상 이전의 내가 아니다」는 일기를 남기고 급진적 혁명가로 변신한다.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을 성공시키고 상공장관과 중앙은행총재를 지낸다. 그러던 그가 65년 4월 「쿠바에서는 모든 일이 끝났다」고 선언하고 돌연 자취를 감춘다. ◆이때 게바라가 찾아간 곳은 벨기에에서 독립한 뒤 내전에 휩싸인 콩고, 지금의 자이르의 밀림지대. 그는 카스트로의 후원아래 혁명게릴라를 지휘하며 서방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과 용병에 맞섰지만 쓰라린 패배를 맛보고 퇴각한다. 그의 인생을 갈라놓은 첫 실패였다. ◆그는 콩고에서의 참담함을 잊기 위해 66년말 볼리비아 게릴라에 합류했지만 체포돼 67년 12월9일 처형된다. 그런데 콩고에서의 패배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 인물이 다름아닌 막 쿠데타로 집권한 모부투였다. 모부투가 32년의 독재끝에 반군에 쫓겨난 한편에선 게바라가 30년만에 부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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