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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미워해?/정병진 사회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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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미워해?/정병진 사회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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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집행의 공평성에 불만을 느끼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나같은 사람은 모두 잡아 넣으면서) 왜 저 사람만 봐주는가』의 경우. 혹은 『(다른 사람은 모두 봐주면서) 왜 나만 잡아넣는가』의 경우이다.지난해 11월 탤런트 신은경씨가 음주·뺑소니로 잡혔다가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점이 인정된다』며 구속적부심이 받아들여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왜 그녀만 봐주는가』라고 항의했다. 얼마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가 「거저 받은 돈」에 대해 증여세를 포탈했다고 구속됐을 때 그는, 혹은 그와 비슷한 처지로 구속됐던 몇몇 정치인들은 『왜 나만 잡아넣는가』는 불만을 느꼈을 것이다.

어느 경우이든 법 감정의 당사자들은 심한 허탈감과 함께 「역시 정의는 강자의 이익일 뿐이다」는 낭패감을 맛보게 된다. 이러한 「공평성에 대한 불신」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질 때 해법은 간단하다. 신은경씨의 경우 그녀를 봐준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비슷한 경우의 다른 사람도 계속 봐주는 것이며, 김현철씨의 경우 유사한 정황의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잡아넣는 것이다.

판사의 관용이 문제가 됐던 신은경씨의 경우 그 사건을 계기로 인신구속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이후 영장 실질 심사가 보편화하면서 「판사의 관용」이 많은 경우에 적용되고 있다. 검사의 재치가 돋보였던 김현철씨의 경우 다른 정치인들의 떡값도 처벌해야한다는 여론이 높다. 검찰은 『김현철씨는 증여세를 포탈하기위해 돈세탁을 하는 등 적극적인 범법성을 보였다』고 「재치」있는 이유를 달고 있다. 결국 김현철씨의 경우 돈 받은 것은 죄가 되지 않는데 돈세탁을 했기 때문에 증여세 포탈이 된다는 것이다.

신은경씨 사건 이후 『나도 열심히 살았다』는 자조의 유행어가 생겼던 것을 안다. 김현철씨 사건이 검찰의 「표적 논리」로 끝날 경우 『이미 세탁이된 돈을 받거나, 받은 돈을 세탁하지 말라』는 정치권의 금언이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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