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이 일어선다’ 격랑 예고/민주계와 관계설정 더 미룰 수 없는 상황/박찬종 고문 정발협 접근 조기차단 목적도이수성 신한국당 고문이 여권의 경선무대에 본격 진입한다. 역사기행 등 한가한 「외곽때리기」로 정치권내에서조차 의아한 시선을 받아온 이고문은 26일 개인 사무실 개소에 맞춰 경선참여를 공식선언한다. 여권 8룡중 세번째로, 선 공식활동 개시―후 경선참여 선언이란 기존구도의 수정이다. 누운 용(와룡)이 일어서는 셈이다. 이고문의 여권 경선무대 본격진입은 신한국당의 역학구도는 물론 경선양상에 급격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이고문은 24일 대학로에서 열린 「세계 연극제 D―100일」행사참석과 시내 모 극장에서 상영중인 방화 「비트」관람 뒤 기자들과 만나 『26일 광화문 사무실 개소식에서 경선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간 미뤄왔던 정치권 인사접촉 등 공개행보를 먼저 시작한 뒤 적절한 시점에 경선참여를 선언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이고문측 생각이었다. 이고문측은 이에따라 29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예정됐던 독일방문과 헬무트 콜 총리 예방을 무기연기키로 했다. 그렇잖아도 시간이 촉박한데, 경선참여까지 선언해 놓고 외유를 하기에는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까닭이다.
이고문의 경선참여 조기선언 결정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주계와의 관계설정이 더이상 미적거릴 수 없는 상황에 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당내에 이렇다 할 세가 없는 이고문으로선 민주계의 도움 없이 경선에 도전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돼 있다. 그럼에도 당내 범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는 아직 처지가 여의치 않다. 특정 주자에게 세를 모아줄만큼 확실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
게다가 이수성대안론이 정발협 내부에서 부동의 대세를 형성하고 있지도 못한 형편이다. 김덕룡 의원 배제 이후 정발협의 선택지는 이고문과 박찬종 고문으로 압축돼가는 분위기이지만, 부산·경남(PK)지역 정서를 앞세운 박찬종고문의 정발협 파고들기가 만만찮다. 느긋하게 선택을 기다릴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이다. 이고문의 참여선언 결정에는 정발협의 정치일정 잡기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정발협은 지난주말 4인소위를 통해 지도체제를 확정하고 이번주내로 회원가입을 마무리 한 뒤 전면적인 활동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정발협호가 본격 발진한다면 이고문으로서도 더이상 SS(이고문의 영어이니셜)호 띄우기를 미룰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이고문측은 또 그간의 뜸들이기가 도를 지나치는 바람에 「경선에 뜻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게 되자 이를 서둘러 진화할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 경선포기설은 이고문의 독일방문 이야기가 나온 뒤 증폭됐는데, 이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상처를 피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어쨌거나 이회창 대표진영이 공식·비공식으로 가장 경계하고 있는 이고문이 본격적으로 경선레이스에 가담하게 되면 이대표대 반이대표 진영으로 단순화돼 있는 당내의 역학구도는 일대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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