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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독주를 막아라/세계열강 손잡았다(지구촌 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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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독주를 막아라/세계열강 손잡았다(지구촌 확대경)

입력
1997.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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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Vs 반미’ 1극 세계지배 반대/전략·전술은 달라도 목표는 하나 “눈뜨고 당할 수 없다”탈냉전시대를 맞아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은 정치 경제 외교 등 각분야에서 국제질서를 주도하고 있다. 한편 중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주요 강대국들은 미국의 일방적 독주를 견제하기위해 전략·전술적으로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다. 국제질서의 「다극화」라는 이름하에 진행중인 주요 강대국의 미국견제 움직임과 워싱턴의 대응 등을 정리한다.<편집자 주>

◎불/반미 선봉… 유럽 독자군사기구 추진

프랑스는 국제정치 및 외교에서 독자성을 유지한다는 드골리즘의 전통과 지국이 문화적으로 세계 1등국이라는 자존심까지 겹쳐 미국의 독주를 심히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이에따라 프랑스는 항상 미국을 견제하는 세력의 선봉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을 겨냥해 탈냉전시대에 다극체제를 지지하고 「단일국가」에 의한 세계지배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프랑스는 또 유럽연합(EU)을 통해 유럽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토 회원이면서도 정작 핵심분야인 군사 협력부문에서 66년 탈퇴한후 지금껏 불참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프랑스는 그러나 최근 전술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일단 중·동유럽을 나토라는 안보우산속에 과도기적으로 편입시켜 유럽의 대동단결을 이룬뒤 단계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해 나가려는 속셈이다. 이와관련, 프랑스는 현재 EU의 일부회원국들이 가입하고 있는 군사기구인 서유럽동맹(WEU)을 유럽의 독자적인 군사안보기구로 서서히 부상시켜 나가려는 계획을 독일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우산에서 탈피하기 위해 프랑스는 독일을 끌어들여 「헬리오스2」군사 첩보위성 제작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21세기초에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세계의 군사동향에 관한 자체적인 위성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프랑스는 또 「안보·경쟁 위원회」라는 범정부차원의 기구를 신설, 그동안 각 정보기관 및 유관부처 등에 분산돼 있던 경제첩보조직을 통합관장하는 등 대미 견제전략에 부심하고 있다.<파리=송태권 특파원>

◎중/미 견제 명분 국제사회 영향력 높이기

중국은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21세기를 앞둔 현시점에서 미국 주도의 새로운 패권적 국제질서 재편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또 미국의 독주를 견제한다는 명분을 이용, 자국의 이익도 챙기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헬무트 콜 독일 총리 등을 베이징(북경)으로 초청해 연쇄 정상회담을 갖고 반미의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중국과 프랑스는 16일 공동성명을 통해 『다극화 세계를 구축하고 다양성과 독립을 존중하는 기초위에서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국제정치 및 경제의 신질서를 건립하기 위해 노력하며 국제관계를 지배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의 성명은 강주석이 옐친 대통령이나 콜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도 똑같이 나온 것으로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지도부는 덩샤오핑(등소평)의 사망이후에도 대미 외교에서 경제 및 과학기술은 수용하지만 냉전시대의 패권주의 태도로 대만을 이용하고 티베트와 인권 문제로 내정을 간섭하고 견제하려는 미국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대중국 최혜국대우(MFN)를 갱신했듯이 현재의 양국관계가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강주석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에게 『미국이 대만문제만 타당하게 처리하면 장기적으로 공동관계의 안정·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올 가을 또는 내년초 열릴 양국 정상회담이 관계개선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

◎러/유엔역할 강조·중과 전략적 제휴 역점

러시아는 냉전 종식후 세계질서가 미국 1극체제로 재편된데 대해 상당한 우려와 불만을 갖고 있다.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새 국제질서를 좌우하는 체제는 국제균형을 무너뜨리는 불안정 요인이라는 게 러시아의 생각이다.

러시아의 최근 대외정책은 이같은 정세분석을 바탕에 깔고 있다. 미국이 각종 지역분쟁에 세계경찰 자격과 같은 해결사역을 도맡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유엔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가 중국 인도 이란 등 인접 아시아국가들과 방문외교를 강화하는 목적도 궁극적으로 미국의 일방독주를 견제하자는데 있다.

러시아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아·태지역의 강대국인 중국과의 전략적 제휴다. 옐친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베이징(북경)을 방문, 중국과 「21세기를 향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키로 합의했으며 꼭 1년만에 이뤄진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의 모스크바 답방때 「21세기 신질서 구축을 위한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양국은 이 성명에서 미국의 독주견제라는 향후 목표를 설정했다. 러시아는 또 주변국과의 지정학적 전략적 동맹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구소련의 벨로루시와 국가연합을 모색하는 한편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과 국경조약을 체결했다. 러시아가 서남아시아의 맹주인 인도와 군사적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면서 이란의 국회의장단을 모스크바로 초청, 환대한 것도 미국의 세계 지배구도를 깨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이외에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이면서도 냉전종식후 세계질서 재편과정에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와는 정상외교를 통해 범세계적인 미국견제 구도의 구축을 꾀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역부족인 듯하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

◎독/안보리상임국 등 정치·외교대국 야심

라인강변에 있는 독일 주재 미 대사관저는 지난 11개월동안 주인없이 비어있다. 독일과 미국의 돈독한 관계로 볼 때 미국 대사직이 이처럼 장기간 공석으로 있는 것도 전례가 드물다. 미국은 뒤늦게 독일대사를 임명하기는 했으나 왠지 양국관계는 전과 같지 않다.

과거 냉전시대에 소련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나토의 전진기지였던 독일과 미국은 「이와 입술」의 관계였다.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은 베를린을 방문해 『나는 베를린 사람이다(Ich bin ein Berliner)』라고까지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과 소련이 붕괴되고 동서독이 통일된 후 러시아의 위협이 더이상 상존하지 않게되자 양국 관계는 서서히 소원해지지 시작했다. 독일은 안보상의 위협이 없어지자 유럽통합을 주도하며 프랑스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동유럽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독일은 또 과거 가상적국인 러시아와도 유대를 강화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총리도 최근 미 포린 어페어스지에 기고한 글에서 『독일은 나토의 동맹국으로 남아있을 것이지만 EU와 프랑스와의 관계가 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획득은 물론 평화유지군으로서 군대의 해외파병 등 경제대국이 아닌 정치·외교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있다. 독일은 이미 중·동유럽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독일은 또 EU의 중심국가로서 유럽문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독일은 평화유지군으로서 구유고에 파병까지 했다. 때문에 앞으로 유럽의 통합이 가속화하면 할수록 독일과 미국은 경쟁자로서 더욱 첨예한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이장훈 기자>

◎미의 대응/‘세계경찰역’ 자임/나토확대 주도/러­불·독 동시견제/한편으론 G7확대 등 강대국 ‘달래기’

미국은 중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이 자국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에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구소련의 붕괴이후 탈냉전시대를 맞아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아 있으며 당분간 이같은 세력구도는 지속될 것이라고 국무부와 국방부는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21세기를 맞고 있는 현시점에서 정치·외교적으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수 밖에 없으며 「세계경찰」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국제질서 구도는 우선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확대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러시아가 비록 군사적으로는 약화했지만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나토를 확대해 유럽의 안보를 공고히 하자는 것이다. 특히 나토확대를 주도하며 통합되는 유럽에서 미국의 입김을 계속 불어넣겠다는 속셈이다. 이는 나토에 편입되는 중·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동시에 경쟁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과 프랑스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문제 등을 거론하고 대만을 적절히 이용하는 등 군사·경제대국화하는 중국을 견제, 아시아 지역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최근 자이르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미국은 기존의 주축세력인 프랑스를 적절히 물리치고 새롭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같은 자국의 일방적인 독주가 다극화를 원하는 강대국들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나 서방선진7개국(G7)의 확대 등을 통해 이같은 반발과 도전을 무마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듯하다. 또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MFN)를 연장하는 등 안보와 군사문제와는 별개로 강대국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또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간 협력을 통해 자국의 일방적인 이익추구가 아닌 공동의 이해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워싱턴=홍선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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