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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잣대’로 재지 맙시다(아이를 키우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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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잣대’로 재지 맙시다(아이를 키우며:4)

입력
1997.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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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을 키우다 보면 비 오는 날의 수채화같은 정감어린 풍경은 정말 그림의 떡이다. 걷기 시작하면 날마다 나다니는 것에 재미를 붙여 비가 오면 좁은 집안에서 몹시 답답해하기 때문이다. 어느 해 장마철 장대비가 내리는 날만 2살된 아이와 나는 금붕어 2마리처럼 집안을 오가다 시작한 것이 물놀이였다. 커다란 플라스틱 물통과 대접같은 그릇, 그리고 컵을 준비한다. 식탁위에 커다란 타월을 깔고 플라스틱물통에 아이가 어렵지 않게 들 수 있을 만큼 물을 넣고 대접과 컵을 준다. 처음에는 대접에 물을 따라 더 작은 컵에 붓다가 모두 쏟아버리기도 한다. 그러다 점차 물을 컵에 따라 대접에 채운다. 우리에게는 단순한 동작인 듯하지만 아이에게는 조그만 손의 소근육들과 시선의 집중을 요구하는 고난도의 놀이라 반은 채우고 반은 쏟는다. 물을 쏟아도 타월이 있으나 내버려 두면 점차 숙련이 되어 집에 있는 이 그릇 저 그릇 물로 채우며 논다. 그리하여 그냥 『크다, 작다』하던 아이가 『야, 3컵이 들어간다』하며 도량에 대한 개념을 익히게 된다. 흘린 물닦기도 피곤한 날은 아예 목욕탕에서 놀게 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노는 것을 본 어떤 엄마가 십여년후 물었다. 그렇게 하니까 수학을 잘 하더냐고. 수학? 암기식 수학은 소용없다는 제 아빠의 주장에 따라 아이는 만 5살이 되도록 확실하게는 14까지 밖에 세지 못했다. 어느 날 유아교육을 전공하는 친구가 전화를 걸어 심각하게 물었다. 『너의 애 몇까지 세니?』 『14까지』 『너희 애는?』 『응, 500까지는 세는데』 『정말 잘하는구나』 그러나 그 친구는 또 다른 친구의 딸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수는 끝이 없어』하더라고 하며 심란해했다.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는데 14까지 밖에 못 세는 아들은 그날도 잠잘 시간이 지났지만 조그만 자동차들을 굴리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얘, 아무개는 500까지 센다는데 넌 어떻게 하니?』아들애는 잠시 생각하는 눈치더니 기도 죽지 않고 대답했다. 『엄마 그렇지만 걔는 썩은 이가 두개나 있잖아요, 나는 하나도 없는데. 세상에 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이예요. 나 자러가요』 그렇게 뒤늦게 숫자를 세기 시작하고 구구단도 제 아빠 소신탓에 4학년이 되어서야 외기 시작한 아들애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수학점수는 쾌청에서 흐림까지 오가지만 물놀이 덕분인지 요리는 확실히 잘한다. 케이크 만드는 법을 읽고는 물 3컵, 기름 3분의 1컵 등 잘 측량하여 쏟지 않고 다루어 6살이 되자 이미 케이크나 젤라틴과자를 맛있게 만들 수 있었다.<옥명희 소화출판사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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