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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아픈 책 싫다 싫어/대학가 달라진 독서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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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아픈 책 싫다 싫어/대학가 달라진 독서풍속도

입력
1997.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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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책도 어려워 안보는데 딱딱한 이념서적 읽겠어요?”/사회과학서적 편향 탈피/건강·재테크·연애소설 등 쉽고 재미있는 책 각광「골치아픈 책들은 저리가라」

대학생들의 독서경향이 변하고 있다. 생각하면서 읽어야하는 어려운 책들은 기피하고 쉽게 눈에 들어오는 가벼운 터치의 책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80년대 대학가의 화두였던 「이념」이 90년대 들어 다양성과 개인주의로 대체되면서 대학생들의 독서경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 사회과학서적 편식위주에서 건강, 재테크 분야까지 관심폭이 다양해져 「뇌내혁명」과 「신바람건강법」 같은 책까지도 대학가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 서점 진열대 한가운데를 차지했던 사회과학서적은 이제 대학가 서점에서 조차 구석에 처박혀 먼지만 수북히 쌓인채 누렇게 변색돼 있는 지경이다.

명지대 총학생회의 한 학생은 『전공책도 어려워 안 읽으려고 하는 판에 애써 사회과학서적들을 골라 보겠느냐』며 『신입생들에게도 머리를 싸매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80년대 대학생이라면 한번쯤 찾았던 대학가의 대표적 사회과학서점들도 잇따라 폐업하거나 폐업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연대 앞의 「알서림」이 이미 문을 닫았고 「오늘의 책」은 임대료부담 때문에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경영이 어렵기는 여전하다. 서울대의 「그날이 오면」, 고려대 「장백서원」, 성균관대 「풀무질」, 홍대 「이어도」, 건대 「건대인서점」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 건대인서점 주인 심소려(28)씨는 『90년대 초부터 사회과학서적 인기가 급락했다. 또 작년까지는 소설의 인기가 시들했지만 올들어서는 람세스나 개미혁명, 선택 등 소설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념성 짙은 소설중에서는 그나마 태백산맥, 아리랑이 여전히 꾸준히 팔리면서 대학가의 스테디셀러 목록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가정문제나 사랑을 소재로 한 책, 이야기 책처럼 쓰인 역사서적 등도 대학생들의 인기 서적으로 자리잡았다. 최인호의 「사랑의 기쁨」, 아쿠타가와상 수상작품인 유미리의 「가족시네마」, 「고려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 등이 이런 류의 책이다.

대학생들의 이같은 경향을 읽은 출판사들도 삽화나 사진을 많이 넣는 등 눈길을 잡아끌기위해 골몰하고 있다.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권하는 단골 철학서적인 「재미있는 철학노트」나 「철학에세이」 같은 딱딱한 책에도 익살스런 그림이 곁들여 있다.

상명대 양소희(22·행정학과3)양은 『대학생들의 독서경향의 변화는 가치관 변화와 맞물려 있다. 예전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사회변혁을 토론하는 분위기가 대학사회를 지배했다면 지금은 자유분방함이 대세다. 그러다 보니 사회과학서적은 소수학생 몫이고 대학생의 전반적인 책 선택기준이 쉽고 재미있는 것 위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이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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