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매물급증에 ‘대폭락 앞둔 전주곡’ 전망까지/‘거품 이미 해소·내년 금융장세 타고 상승’ 반론도부동산경기가 일본과 같이 본격적인 「거품(버블)붕괴」국면을 맞고 있는가, 아니면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따라 일시적인 불경기를 맞고 있는 것인가.
최근 기업 및 금융기관들의 부동산매물이 늘어나고 아파트상가와 임대사무실의 공실률이 높아지는가 하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적인 집값 안정·하락세가 6∼7년째 계속되자 부동산 거품소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값 하락은 본격적인 부동산값 폭락을 앞둔 「미진 또는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한보 진로 등 30대 그룹이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자금순환이 막혀 도산하거나 경영위기를 맞은 것을 계기로 부동산가치의 하락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차입금의존도(47.7%)가 미국(26.4%) 일본(34.8%) 등에 비해 너무 높아 「제2의 한보」가 되지않으려면 대기업들이 보유부동산을 내다 팔 것이고 공급증가로 부동산경기가 더욱 하락세로 치달을 것이란 분석이다.
동원증권의 박현주 이사는 『그동안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사업이익이 없더라도 부동산이익은 늘어난다는 「부동산신화」를 갖고 빚을 얻어서 부동산 매입에 열중했었다』며 『그러나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차입비용을 이기지못해 부동산매각을 통한 감량경영을 할 수 밖에 없어 부동산가격은 떨어질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신한종합연구소도 「부동산신화의 붕괴」라는 자료에서 『한국의 대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하고 있는 것은 과잉생산능력과 높은 부채비율때문으로 이같은 구조적 문제가 계속된다면 일본과 같은 급격한 자산디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거품은 이미 해소됐으며 최근 부동산 불경기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금융개혁」이 본격 시행될 경우 금융기관들이 점포확대에 나서고 부동산대출을 늘려 부동산시장에 「금융장세」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삼성생명의 부동산담당본부장인 노희식 전무는 『일본의 거품과 우리의 거품은 두께가 달라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거품은 이미 해소됐다』며 『최근 부동산값 하락은 부동산의 「가수요」가 없어진 데 따른 것이 아니라 경기위축에 따른 「실수요」가 줄어든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전무는 『금융개혁에 따라 금융기관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고객과 밀착하지 않고 살아남기 힘들다』며 『따라서 금융개혁후 입지가 좋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일시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토개발연구원도 최근 「금융개혁과 국토개발」이란 자료에서 금융개혁위원회의 개혁안에 포함된 ▲금융기관간 업무장벽 철폐와 신규진입 허용 ▲10대 재벌의 부동산투자승인제 폐지조치 등은 부동산가격 상승을 초래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택은행이 독점공급하던 장기주택자금을 시중은행에게 허용할 경우 대기업의 은행이탈로 새로운 자금운용처를 찾고 있는 은행들이 부동산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 집값 상승을 불러올 것으로 분석됐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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