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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설속 대기업은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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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설속 대기업은 ‘여유’

입력
1997.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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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수요 적고 선별여신 ‘혜택’… 일부 대출금 자진상환/당좌소진율 낮아지고 시중금리도 계속 안정·하락세최근 대기업의 잇따른 부도로 금융권이 여신운용을 극도로 위축시킴에 따라 금융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으나 대부분 대기업들은 자금사정에 여유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들은 금융기관 대출금을 자진해서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당좌거래 한도액 가운데 얼마만큼을 실제로 차입해갔느냐를 나타내는 시중은행 당좌소진율은 지난달말 28%에서 20일 현재 25.4%로 낮아졌다. 당좌소진율은 3월25일 29.1%를 기록한 이래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대기업에 대출할 때 적용하는 당좌대출금리도 연 13.40%로 전달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간부는 『당좌소진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은 대기업들이 자금수요를 줄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이처럼 여유를 보이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로 설비자금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금융기관들의 자금이 위험성이 적은 대기업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환율안정으로 그동안 기업들이 비축해놨던 외화예금을 원화로 바꾼데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는 일부 대기업들은 만기도래한 어음의 기한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자발적으로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종금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다음달이면 금리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자금을 상환한뒤 단기자금으로 당장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불종금 승재곤 이사는 『S, H 등 일부 대기업들의 경우 종금사마다 전화를 걸어 가장 좋은 금리로 어음할인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위험성이 적은 대기업들만 골라 선별적으로 여신을 제공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려줄 곳이 마땅치 않아 자금을 금융기관간 콜거래에 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한때 14%대까지 치솟았던 하루짜리 콜금리가 연 12.4%까지 떨어진 상태다.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도 12.17%를 기록하는 등 금융기관들 사이에 자금이 남아돌면서 금리가 계속 안정 내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대기업들이 남는 돈을 종금사의 어음관리계좌(CMA)에 운영함에 따라 CMA잔고역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종금사의 CMA예탁금 규모는 지난달말 8조8,081억원이었으나 17일 현재 9조 3,895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부 악성 루머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에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전반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연쇄 대형부도와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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