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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은 뽑았는데 내부는 혼선/사정한파­청와대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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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은 뽑았는데 내부는 혼선/사정한파­청와대 기류

입력
1997.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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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표적 아니다·대통령 임기때가지 계속” 공언/일각선 ‘대선자금 공개불가속 자가당착’ 비판론정부의 사정전선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사정에 대한 야당 반발이 거세지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면을 전환시켜야 할 시점에 사정이 국면을 더욱 꼬이게 만든다는 내부비판이 적지않다. 이런 판국에 김영삼 대통령이 23일 이회창 신한국당대표를 통해 대선자금 공개 불가 입장을 밝히자 여권은 이번 사정이 자가당착에 빠질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강력한 사정기치를 든 정부가 스스로 대선자금 공개 불가를 내세워 수사를 외면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정태수씨의 정치인 리스트에 대한 처리도 끝나고 앞으로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도 산적돼 있는데 사정으로 벌집을 쑤신 꼴이 됐다』며 『이번 사정은 정국운영에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정은 청와대의 주요 업무중 하나로 청와대가 사정만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야권의 반발을 의식한 듯 『정치인 9명이 내사대상에 포함돼 있다고는 하나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분위기를 진정시키려는 언급을 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가 끝난뒤 김용태 비서실장과 강인섭 정무수석, 문종수 민정수석 등이 따로 모여 사정정국의 흐름을 분석한 뒤 사정 강도 조절등에 대한 집중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대통령의 대선관련 입장표명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다각도로 짚어보면서 사정정국에 미칠 파장을 깊이 분석했다.

이 때문인지 청와대 사정 관계자도 정치인 내사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피하는 등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사정당국은 내주중에 내사대상자들에 대한 수사가 구체화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나아가 사정은 내년 2월말 김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임을 공언했다. 여권의 이분적 태도가 야권을 압박하려는 고도의 강온전략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당분간 사정한파가 정국을 휩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정부가 최근 시작한 사정의 목표와 방향도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내사 대상이라고 밝힌 지방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과 교육위원, 농·축·수협 단위조합장은 모두 선출직 공무원들이다. 사정당국은 이들 선출직 공무원들이 오로지 다음 선거만을 의식, 선거자금 확보를 위해 비리를 저지르고 있고, 수많은 행사참석으로 업무를 태만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 고위관계자는 『지자체 단체장들의 직무유기와 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은 심각한 상태』라며 『실무 공무원들조차 단체장 등의 무책임한 행태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단체장들은 마치 왕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지자제법을 고쳐 징계조항을 두려는 것도 이들의 전횡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정이 결코 정치상황을 고려한 국면전환용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정부 관계자는 『김대통령도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는 길은 강력한 사정밖에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보복사정, 표적사정은 물론 사정대상에도 여야 구별이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가발전을 위한 사정을 정치적으로 몰아붙여서는 안될 것』이라며 『도대체 정부가 어떤 일을 해야 가만히 있겠느냐』고 말했다.<손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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