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남보다 문학적 재능이 많은가』 재일교포 여성작가 유미리가 지난 겨울 권위있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아 화제가 됐을 때, 한 친구가 말을 꺼냈다. 같은 상을 받았던 이양지(작고) 이회성, 수상후보에 올랐던 김학영(작고) 등을 떠올리며 『그보다는 재일교포로 성장하면서 많은 갈등을 겪고 고민함으로써 그만큼 할 얘기가 많고 깊어진 거겠지』라고 답했다. ◆어둠이 깊으면 별이 더 빛난다는 얘기였다. 이들 소설의 공통되는 소재는 가족과의 갈등, 사회와의 불화이다. 그것은 작품에서 고통스런 자기 정체성 찾기로 이어진다. ◆지금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는 유미리의 소설들에서는 어려서부터 겪은 삶의 쓰라린 풍경들이 내밀한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의 불행한 가족관계 뒤에는 일본사회라는 음습한 그늘이 있다. 그가 팬 사인회를 열고자 했을 때, 일본 우익으로부터 받은 협박은 아직도 섬뜩하다. ◆최근 또 한명의 교포작가 김중명(44)이 「봉적술」이란 역사소설로 아사히신문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뒤늦게 빛을 보게 된 그의 역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재일교포는 대학을 졸업해도 좋은 직장을 얻기 힘들다는 생각 때문에 도쿄(동경)대 문학부를 중퇴했다』는 그는 학원강사와 번역일을 하며 외롭게 소설쓰기를 해왔다. ◆그는 동아시아를 무대로 활약했던 장보고를 주인공으로 작품을 쓰고 싶다고 한다. 모국과 정서적 유대를 맺고 싶은 것이다. 우리의 기쁨 한편이 안타까움으로 젖는 듯하다. 차별대우로 인한 아픔을 극복한 장한 의지 때문이라도 교포작가들의 존재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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