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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심업기」 악역 맡았나/이 대표 대선자금 말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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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심업기」 악역 맡았나/이 대표 대선자금 말바꾸기

입력
1997.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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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론」 주장하다 「공개불가」 입장 선회사실 나는 당시 사정을 제대로 모른다. 당내에서도 서류·자료를 파악할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혹을 풀 수 있도록 규명, 처리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부분은 여야 정치권 모두의 문제다. 여야 모두 진실을 고백하고 밝히는 차원에서 해명·처리돼야 한다.(5월1일 시민대토론회)

확인할 자료나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수사처럼 규명하기는 어렵다. 과거에 대해 고백, 해명하고 미래의 정치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5월6일 기자간담회)

경제위기와 국정혼돈 상황에서 대선자금 문제로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일은 국민들도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다.(5월23일 청와대 주례보고후)

이회창 대표는 23일 청와대 주례보고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대선자금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는데, 후퇴한 것인가』란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부인했다. 하지만 이대표는 지난 3주간 분명 말을 바꿔 왔고, 그에 따라 대선자금 공개요구 수위도 하향곡선을 그려 왔다.

이대표는 지난 1일 MBC·중앙일보 공동주최 시민 대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거론된 이상 국민의혹을 풀 수 있도록 규명되고 처리돼야 한다. 대선자금은 정치권 전체의 문제인만큼 여야 모두 당시 상황을 고백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자금 공개불가」를 견지해 온 여권핵심부는 물론 당의 공식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었다. 이대표의 「고백론」은 즉각 여권내의 갈등을 불러 왔다. 청와대측은 불쾌감을 표시했고, 박관용 사무총장은 『이대표의 발언은 대선주자로서의 의견표명이지, 당대표의 견해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대표는 대선자금 공개문제가 여권내부의 파워게임 양상으로까지 번지자 나흘뒤인 6일 발언의 톤을 한결 누그러뜨렸다. 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확인되지도 않는 대선자금을 진상규명 차원에서 해결하기는 어렵다. 당안에는 확인할 근거나 자료가 없어서 대선자금에 대한 실태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선자금이 문제가 된다면 여야 모두 고백, 해명하고 미래의 정치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분명한 목소리 낮추기였다. 그런 이대표가 23일에는 『한보부도 사태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제위기와 국정혼돈 상황에서 또다시 대선자금 문제로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일은 국민들도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공개불가」입장으로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이대표의 입장 변화는 뾰족한 해결책 찾기가 어려운 대선자금 문제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민주계 주류는 물론 「당론」과도 맞서 싸워야 하는 현실이 버거웠기 때문일 것이다. 또 국민적 이미지 실추 가능성을 감내하면서까지 이같은 결정을 한 것은 경선과정에서 김대통령의 내면적 지원과 민주계의 도움을 끌어내기 위한 나름의 승부수 던지기라는 게 당내의 일반적 해석이다.

이대표로선 우선 당면 현안이 돼있는 대표직 사퇴와 7월중 전당대회 개최 문제에서 김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이다. 이들 문제는 당총재인 김대통령의 결심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있는데, 이대표는 대선자금 문제에서 총대를 멤으로써 문제풀기의 연결고리 마련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는 이 두가지 문제에서 일단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경우 대세를 굳힌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홍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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