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잘 하려면 몇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 우선 머리가 좋아야 한다. 하나의 거짓말은 필수적으로 두 개, 네 개의 거짓말을 수반하기 마련이므로 잘 기억하지 못하면 금방 탄로가 난다. 또 하나의 조건은 자신이 한 거짓말을 믿어야 한다는 거다. 제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하루 스물 네시간 표정관리를 할 수는 없으므로 스스로 그 거짓말을 믿어야 들키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아주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그런데 사람들은 왜 늘상 이 힘든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겁이 나기 때문이다. 대개의 거짓말은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을 때 하게 된다. 부모님이 내게 그러셨듯이 나도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 가장 엄하게 야단을 친다. 다른 잘못은 언제든지 고칠 수가 있지만 거짓말을 하는 습성은 바로 인생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정면으로 부딪치기보다는 어떻게든 그 자리를 모면해보려는 비겁함은 살아가는 내내 아이의 행동을 지배할 것이다.
언젠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사지 말라는 장난감을 사놓고는 야단을 맞을까 두려워서 길에서 주웠다고 거짓말을 했다. 나는 아이의 손을 끌고 아이가 장난감을 주웠다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그 장난감을 잃어버린 아이가 얼마나 속상하겠냐, 그러니 그 자리에 도로 놓아두자면서…. 한참 집 주변을 돌던 아이가 드디어 울음을 터뜨리고 자백을 했을 때 아이에게 물었다. 『시원하지?』 『응 시원해요』, 『기분좋지?』 『응 기분좋아요』, 『그래 엄마도 기분좋고 시원하다』 그때서야 거짓말한 아이보다 자백을 기다리는 내가 더욱 불안하고 초조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즈음 대통령의 진실된 자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얼마의 돈이 누구 사이에 오갔는지 알아내는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는가. 그러나 그 자백을 기다리는 우리의 심정은 당사자보다 더 불안하고 초조하다. 정치지도자들의 거짓말하는 오랜 습성이 혹시 이번 기회에 고쳐질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그나마 우리의 손으로 뽑은 문민대통령이기에 기대해본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민주주의의 초등학교를 졸업해가는 우리로서는 앞날이 참 근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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