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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방식은 달라도…/주철환(남자가 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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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방식은 달라도…/주철환(남자가 본 여자)

입력
1997.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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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나의 별명은 계집애였다. 귀엽고 수줍음이 많은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6년 개근상을 받았는데 부상으로 받은 것이 「세계명언사전」이었다. 외다시피 읽곤 했는데 인상적인 구절이 눈에 띄었다. 「여성적인 성격의 결함은 정의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말을 처음 한 사람보다 그 말을 「명언」이랍시고 기록한 자의 안목이 의심스러웠다. 나는 내속에 있는 여성성과 남성성이 조화를 이룰때 비로소 훌륭한 인간성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믿는다.『당신 남자 맞아?』

이 말처럼 남자를 부끄럽고 화나게 하는 게 또 있을까. 『당신 여자맞아?』하는 것과는 자존심의 훼손이라는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남자답지 못한 남자가 진실을 밝히는 용기와 정의를 세우려는 의지가 부족한 자라면, 여자답지 못한 여자는 진실을 너그럽게 감싸안을줄 모르는 자일 것이다.

내가 매우 불필요하고도 지루하다고 느끼는 논쟁의 하나는 바로 집단화한 남자군과 여자군의 소모적 말싸움이다. 『여자도 남자와 똑같아』라는 건 둘이 똑같은 일과 구실을 한다는게 아니라 여자나 남자나 똑같이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강한 여자는 태권도 유단자가 아니라 용서할 것은 용서할 줄아는 여자이다.

다시 말해 「사랑의 힘」을 가진 여자야말로 진정 강한 여자라는 뜻이다.

대권주자들의 말처럼 여성중에서 국회의원이나 관료들이 상당수 배출된다고 하여 여성들의 권익이 높아질지는 의문이다. 여성중에도 여장부가 있고 남성중에도 졸장부가 많은 것처럼 그가 여자냐, 남자냐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진정성과 순수성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진 방송PD라는 직종은 남성성과 여성성이 골고루 갖추어질 때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정의 무대」를 연출할 때 나의 기조는 「배달의 기수」가 지닌 남성성에 여성적 부드러움을 덧칠한 것이었음을 고백한다.

남자도 남자나름, 여자도 여자나름이다. 내가 보기에 남자가 사는 법, 여자가 사는 법은 애시당초 없다. 다만 「이 남자가 사는 법」 혹은 「이 여자가 사는 법」이 있을 뿐이다.

주철환 PD(예능국 예능1팀장)는 83년 MBC에 입사, 「퀴즈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히트작을 연출해왔다. 고대 국문과 동기인 아내 손영민(강릉대 교수)씨와 초등4학년인 아들 오영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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