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님.병환이 몹시 침중하시다는 말은 듣고 있었습니다만 당신의 그 강인한 의지와 정신력으로 반드시 이겨내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접한 부음 앞에 그저 놀랍고 애통할 따름입니다.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친구들, 신명을 다 바쳐 일하던 한국일보, 그리고 그토록 뜨거운 열정을 쏟아붓던 어린이들과 시에 대한 사랑, 이 모두를 접어두고 어찌 이리도 총총히 떠나시더란 말입니까.
김선생님.
우리는 오늘 훌륭한 친구 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훌륭한 일꾼 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훌륭한 스승 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훌륭한 명예시인 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훌륭한 아버지 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항용 당신의 일은 제쳐두고 다른 분의 일은 앞장서서 해결하고 보살피시던 당신. 궂은 일은 도맡아 하고 그 공은 다른 분에게 돌리시던 당신. 그러한 당신의 겸허함을 우리는 잊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의 일터를 그토록 사랑하고 맡은 일을 천직으로 알아 헌신봉사하던 당신의 성실성을 우리는 언제나 기억할 것입니다.
생명의 불꽃 꺼지는 그 순간까지도 마음을 쏟던 색동회의 일, 어린이 사랑의 숭고한 정신을 우리는 늘 우러러 기릴 것입니다.
공선사후를 원칙으로 집안 일은 늘 뒤로 미루었으면서도 두 아드님을 음악계의 빛나는 새 별들로 길러낸 아버지로서, 또한 실천신앙의 모범을 보인 염결한 기독교인으로서의 삶 역시 만인에게 귀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시를 지고의 예술로 알아 사람들 가슴에 시심의 씨앗을 뿌리려 애쓰시던 김선생님. 이제 우리는 어디서 다시 그 우렁차고 낭랑하던 시 낭송의 소리를 들을 수가 있겠습니까.
이 세상 아직도 당신이 하실 일 많고 또 당신이 하고 싶은 일도 많았으련만 이리 서둘러 떠나심은 저 세상 어딘가에 당신을 부르는 일들 더욱 많아 아쉬움 남기고 떠나심인가 하여 우리들 모두 깊은 슬픔 가누어 명복을 빕니다.
부디 편안히 떠나소서.<허영자 시인>허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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