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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떼거리 정치’/김철훈 도쿄 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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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떼거리 정치’/김철훈 도쿄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7.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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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거리 정치」.최근 일본의 한 TV 뉴스앵커가 일본 정치를 빗대어 던진 말이다. 국회에서 과반수가 안되는 집권여당인 자민당이 자신들이 입안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어떤 당과도 손을 잡고, 일단 다수를 확보하면 인정사정없이 밀어 붙이는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21일 중의원 오쿠라(대장)위원회에서는 일본은행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이 개정안은 일본은행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위원회에서는 개정안과는 상관이 없는 내용이 주요 테마였다. 의원들은 마쓰시타 야스오(송하강웅) 일본은행총재를 불러놓고 일은 본관 2층에 걸려있는 역대 은행장들의 초상화 값을 따져 묻느라고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때문에 일본은행과 대장성의 역할 등 정작 논의해야 할 사안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채 법안을 가결시킨 것이다. 내용이 어떻든 이 개정안은 다수의 논리에 의해 어차피 가결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의원이 없었기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다. 이와 함께 경마처럼 축구경기에 돈을 거는 「축구복권법안」이 금주 중에 중의원 소위원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국민들로 부터 엄청난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 이 법안도 국회에 제출될 때부터 이미 가결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일본공산당을 제외한 초당파 「스포츠의원연맹」이 제안한 것이어서 숫적으로 절대 우세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에는 견원지간이었던 자민당의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총리와 신진당의 오자와 이치로(소택일랑) 당수가 손을 잡고 오키나와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성립시켰다. 모두가 설득과 이해에 의한 승부보다는 떼거리지어 다니며 숫적 우세만 과시하는 형국이다. 민주정치에 있어서 의석 숫자는 곧 힘이요 권력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 숫자만 믿고 민주적인 민의 수렴과정을 생략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차라리 사족일 것이다. 일본정치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소수 야당의 반대때문에 법안의 새벽 날치기 통과를 택했던 우리의 국회가 훨씬 더 민주적이라는 「망상」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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