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를 통해 북한을 탈출해 온 보트 피플 제1호인 김원형씨와 안선국씨 가족의 귀순회견 내용중 매우 주목할 만한 점은 두가지다. 하나는 김정일이 권력승계를 한 후 7∼10월 사이에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최근 수년간 북한이 외부로부터 지원받은 식량을 전혀 지급받아 보지 못했으며 주민들은 군사용으로 전용된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심각한 북한의 상황을 감안할 때 두가지 모두 극히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두 사람이 전하는 전쟁준비는 심상치가 않다. 즉 북한이 지난 3월 당군사부와 인민무력부 등을 중심으로 실시한 종합작전지휘소훈련은 대남 전쟁준비를 최종점검하는 차원에서 최고사령부의 통제아래 3단계로 추진됐다는 것이다. 전쟁설은 김정일이 권력승계 후 지도력을 과시하기 위한 대남 도발, 식량부족에 대한 반발을 호도·무마하기 위해 전쟁위기를 부채질하려는 것, 그리고 추가 식량지원을 얻기 위한 협박용 등으로 해석된다. 저들은 휴전이래 도발을 공언하고 특히 서울불바다 협박, 준전시상태 선포 등을 한 적이 있지만 금년 경우 우리로서는 미국 등과 긴밀한 협조아래 안보태세를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난 3년간 식량사정이 악화된 이래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정부단위, 그리고 유엔세계식량계획(WFP) 국제적십자연맹(IFRC) 및 각 종교단체·구호기관 등을 통해 근 200여만톤 상당의 식량이 지원됐다. 북한은 이 식량을 수재민 등에게 골고루 분배했다고 밝혔지만 군사용으로 전용 또는 당간부들에게 중점 지원했다는 추측이 꼬리를 물었었다. 이번 두 사람의 전언으로 이것이 사실인 것으로 주민들에게 인식됐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들 두 가족은 외화벌이 일꾼이어서 배급에서 제외됐을지도 모르나 북한이 식량을 전력증강과 체제유지에 이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지원을 하되 주민배급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시급하다. 동포애와 인도주의 정신은 굶주리는 주민을 돕자는 것이지 김정일체제의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정부와 국민 각자는 북한실상을 냉엄하게 직시하고 만반의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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